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여의도) 안준철 기자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빅리그 첫 시즌을 보낸 느낌을 전했다.
김광현은 2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빅리그 첫 시즌을 마친 소감과 함께 내년 시즌 각오를 밝혔다.
지난 7일 시즌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광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침에 따라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이날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를 가졌다.
↑ 메이저리그(MLB)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서울 여의도)=천정환 기자 |
올해 60경기 미니시즌에서 김광현은 마무리 투수를 맡았다. 지난 7월 2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개막전부터 클로저로 등판한 김광현은 1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점)으로 진땀을 흘린 끝에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후 동료들의 부상으로 선발 투수 자리를 꿰차며 김광현은 빅리그에서도 통하는 선발 투수라는 걸 확인시켰다. 8월 18일 시카고 컵스전에 첫 선발 등판해 3⅔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몸을 풀었고, 두 번째 경기인 신시내티 레즈(8월2 3일)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역투로 첫 승을 신고했다.
이어 8월 28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 6이닝 3피안타 1실점(비자책), 9월 2일 신시내티전 5이닝 3피안타 무실점 등 연일 쾌투를 펼치면서 신인왕 후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정규시즌을 3승 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로 마친 김광현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에 선발 출격, 3⅔이닝 5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지만, 세인트루이스가 디비전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며 빅리그 첫 시즌을 마감했다.
다음은 김광현과 일문일답.
- 시즌 마치고, 귀국할 때 느낌이 어땠나?
▲ 그냥 설렜다. 외국에 이렇게 오래 있었던 적 처음이고, 한국 음식 많이 먹어야지 했는데, 공항도 한산 아쉬웠고, 국민들도 힘들었는데,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서 일상의 삶으로 복귀가 됐으면 좋겠다.
- 어제 자가격리 끝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 미국에서도 미용실을 자주 못갔다. 머리가 산발이 돼서, 팬분들 앞에 서는 자리라서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사실 자가격리 때 시차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다. 오늘도 너무 일찍 일어나서 걱정이 됐다.
- 개막이 늦춰지면서 한국으로 다시 들어올 수 있었는데, 미국에 남았다.
▲ 한국이 안전했지만, 미국이 입국 금지를 하게 되면 첫 빅리그 출전 기회 잡지 못할까 걱정이 됐다. 다시 시차 적응 문제도 있어서 미국에 남았다. 통역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개막이 늦취지면서 빨리 등판하고 싶어서 통역한테 짜증을 많이 냈는데, 미안했다. 음식도 같이 해먹으면서 지났다.
- 올 시즌 기억나는 순간은?
▲ 빅리그 첫 승이 가장 기억난다. 끝나고 인터뷰하는데 울컥하더라. 꿈을 이뤄서 너무 기뻤다.
- 월드시리즈 우승팀 예상을 하자면?
▲ 다저스는 팬들고 많고 전통의 강호이고, 템파베이는 신흥 강호다. 그래도 다저스가 전력이 더 높지 않나. 7차전까지 갈 것 같다. 4승 3패 예상한다.
- 올 겨울 한국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 몸 관리 부분에서 실내에서 있었다. 스무 살부터 실내에만 있는 건 처음이었다. 야외에서 뛰고, 숨가쁘게 뛰고 그랬는데, 집안에만 있어서 답답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위험하겠지만, 밖에 돌아다니고 사람도 만나고, 재활, 치료 열심히 하겠다. 사실 올해 시즌 치른 거보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 올해는 발만 담가본 시즌. 제가 이렇게까지 기자회견까지 할 수있는 성적 거뒀다고 생각 안 한다. 내년에는 좋은 성적 거둬서 당당하게 다시 한번 인사드리고 싶다.
↑ 메이저리그(MLB)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7일 시즌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광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침에 따라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이날 카메라 앞에 섰다. 사진(서울 여의도)=천정환 기자 |
- 올 시즌 긴장한 모습이 많았다.
▲ 오히려 지금 생각하면 인간적인 모습 보여줬다 생각한다. 자기가 꿈꾸던 일을 닥쳤을 때, 떨리지 않나. 꿈꾸는 무대 올라가는 것이라 긴장 많이 되고, 정신 없더라. 더 좋은 모습 보이기 위해 가다듬는 건 제 몫이다.
- 마무리에서 선발로 옮겼다. 준비과정에서 루틴 어려움 겪었을텐데?
▲ 마무리로 갔다고, 선발로 돌아오면서 정말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선배들이나 후배들 선발, 마무리 왔다 갔다 하면서 힘들게 몸관리 하는 걸 봤다. 팀에 코로나19 터지면서 시간이 생겼고, 적응했다. 가장 중요한 건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하니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는 걸 올 시즌에 깨달았다.
- 국내에서 본 지도자들이나 선수들이 김광현 달라졌다고 한다.
▲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계속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다. 내가 미국에 간 이유도, 개인적인 꿈도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이나 시스템을 배워서 알려주고 후배들한테 가르쳐주고 싶었다. 차후에 더 큰 사람이 돼서 후배들한테 좋은 걸 알려줄 수 있다면 의미있다. 더 배워가는 과정이다. 조금씩 바뀌는 부분, 계속 변화를 줄 생각이다.
- 시즌 중에 포수 몰리나와 호흡이 좋다는 평가받았다. 몰리나와 어떤 얘기를 했고, 배운점이 있나?
▲ 몰리나는 제가 공을 잘 던질 수 있게 해준 첫 번째 은인이다. 몰리나 마인드가 여느 포수나 마찬가지겠지만, 투수를 편하게 해준다. 투수가 잘 던질 수 있는 공을 던지게 하는 포수. 그런 포수가 한국에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에 대해서 연구하지 않고서는 알수 없는데, 내가 자신있게 생각하는 공을 잘 캐치해서 사인을 낸다. 계속 내년에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 자신이 생각하는 잘 된 부분과 아쉬운 부분은?
▲ 잘됐던 부분은 그래도 점수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야구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로 얘기한다. 결과적인 부분에서 얘기를 하는데, 일단 결과가 좋다는 것. 저도 생각지도 못했다. 안좋았던 건 시즌이 진행됐다 안됐다 하면서 호텔에만 계속 있었고,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겨울 몸으로 돌아가서 시즌을 치러야 했고, 스피드가 안나왔다. 그렇지만 재활, 치료 잘 받고, 몸 잘 만들어서, 내년에는 제대로 된 시즌 만들었으면 좋겠고, 자신감도 있었다.
선발 등판 전날 고기를 안먹는 등 나는 루틴이 정말 많다. 마무리 투수로는 그런걸 안 지켜도 되고, 언제 나갈지 몰라서 오히려 편했다. 긴장한 건 사실이다. 마무리로 2실점하고, 그래도 세이브 올려서 자신감을 찾았다. 그 때 왜 내가 떨렸나 바보같았다는 생각도 든다. 마무리로 다시 가라 해도 자신있다.
- 메이저리그에서 포스트시즌이 한국에서의 차이는?
▲ 마음가짐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같다. 단기전은 한경기에 모든 게 갈린다. 좋은 결과를 내진 못했지만, 한 구에 신경을 써서 던지는 것도 같다. 다만 코로나19는 창살없는 감옥 생활이었다. 저는 5일 동안 했지만, 최지만 선수는 3주 정도 밖에도 못나가고 있을 것이다. 포스트시즌에 한 명이라도 걸리면 몰수패라, 팀 관리도 엄격해졌다. 저는 등판 전날 고기를 안먹기 때문에, 생선 튀긴 걸 먹었다.
-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현지에서는 운도 많이 따랐다는 평가도 있다.
▲ 던지고 나서 공이 좋다는 얘기도 나오고, 포수의 능력 얘기도 나온다. 저는 운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열심히 노력하고, 어릴 때부터 이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니, 지금 운이 따라준다. 앞으로 운이 없는 경우도 생길 것이고, 어차피 운은 평균적으로 평등하기 때문에 나중에 운이 없을 때 실력으로 극복하는 선수가 되겠다.
- 린드블럼과 맞대결 했는데, 기분이 어땠나?
▲ 엔트리에 빠졌다, 들어와서 첫 경기였고, 상대가 린드블럼 선수였다. 코로나19라 타팀 선수랑 만나질 못했다. 유명한 선수랑 얘기하고 싶었지만, 못해서 아쉬웠다. 캐치볼 할 때 볼 수는 있지만, 인사 잘 안하지만, 손을 크게 들어서 인사했다. 너무 반가웠다. 켈리도 보면 반갑다. 더욱이 세인트루이스로 응원을 많이 못 오셔서 관계자들 보면 너무 반갑더라.
- 친정 SK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어떤 기분인지? 선수들하고 연락은 했나?
▲ 2007년에 SK 입단해서, 작년까지 안 좋은 성적을 낸 건 못 봤다. 안타깝다. 내가 뭐라도 하고 싶었다. 선수들이나 후배들한테 전화해서 이런저런 조언하고 싶었다. 근데 못하겠더라. 부상자도 많고, 야구를 2년 동안 우승권에 있으면서 무리해서 아픈 선수들이 많았다. 올해 몸관리 잘해서 내년에 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강민이 형하고 (최)정이 형하고 통화했다. 서로 긍정적인 얘길했다.
- 시즌 개막이 늦춰지면서 SNS 활동이 화제가 됐다.
▲ 야구도 못할건데, 여길 왜 왔나, 이런 생각 들어서 우울하고 힘들었다. 그때 잘 버텨서 운이 따르지 않았나. SNS에도 그때 썼던 것 같다. 행운을 잡으려면 지금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틴 게, 3~4개월 행운이 따랐다. 앞으로도 이런 시련을 이겨내야 행운이 따라온다.
- 양현종과 나성범 등이 빅리그 도전할 것 같은데?
▲ (양)현종이나 (나)성범이 모두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저도 물음표에서 갔고, 아직 느낌표는 아니다. 내년에 더더욱 느낌표로 만드려고 할 거다. 도전하는 건 환영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다.
- 깊은 인상을 받은 선수는?
▲ 일단 중부지구팀들하고 밖에 안해서, 같은 팀 선수들을 많이 지켜봤다. 골드슈미트도 왜 이렇게 연봉을 받는지 지켜봤다. 다 노력하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노력하는 것도 세계 최고다. 왜 메이저리그 선수인가 다시 느꼈다. 나는 아직 부족하구나,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직접 겪어 본 세인트루이스는 어떤 팀인가?
▲ 명문팀답게 시스템 잘 돼 있다. 마운드 올라가는 것도 꿈이었는데, 팀 전용기 타는 게 꿈이었다. 올해는 원정갈때 못탔다. 코로나19 때문에 일반 비행기 빌려서 따로 탔는데, 빨리 전용기 타보고 싶다.
- 혼자 있는 시간, 어떻게 보냈나?
▲ 캐치볼 한 게 전부다. 정말 여러 여건이 암울했다. 세인트루이스로 와서 운동시설, 야구장 등 모든 곳이 폐쇄돼 운동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웨인라이트 집 마당이 넓어서, 50m 캐치볼 꾸준히 했다. 공원도 폐쇄돼서, 아무도 없는 곳 들어가서 둘이서 80m까지 하긴 했다. 보안관이 웨인라이트 팬이라 눈감아줬다.
- 운영면에서 느낀 부분은?
▲ 컨트롤이 안되거나, 내 공을 자신있게 못던지면 맞아 나간다는 걸 느꼈다. 가장 자신있는 공을 던지는 조건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몸을 만들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마운드에 올라가야 한다.
- 내년 시즌 각오는?
▲ 올 시즌 몸이 잘 못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