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안준철 기자
“거짓말쟁이는 안됐네요.”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 kt위즈 맏형이자 캡틴인 유한준(39)의 표정은 밝을 수밖에 없었다. 후배들, 그리고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후배들, 팬들과의 약속은 ‘가을야구’였다. kt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17-5로 대승을 거뒀다.
↑ 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프로야구 KBO 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2사 만루에서 kt 유한준이 싹쓸이 안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유한준은 이날 맹타를 휘둘렀다. 5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1-3으로 뒤진 6회초 선두타자로는 우익수 실책 만루으로 출루하며 8득점 빅이닝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타자일순해 들어선 두 번째 타석에서는 만루 찬스에서 싹쓸이 2루타를 날렸다.
경기 후 유한준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너무 좋다. 인터뷰에서 가을야구 가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거짓말쟁이 안돼서 다행이다. 많은 팬분들과 가을야구에 대한 꿈을 약속했는데, 올해 드디어 지키게 돼서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며 껄껄 웃었다.
유한준으로서도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수원 유신고 출신인 유한준은 kt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4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해 히어로즈를 거쳐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2016년 4년 총액 60억 원에 kt 유니폼을 입었다. 4년 간 큰 부상 없이 무난한 활약을 펼친 유한준은 2019시즌이 끝난 뒤 2년짜리 계약을 맺고 KT 2기의 시작을 알렸다.
KBO리그 10번째 구단으로 창단한 kt는 1군 진입 후 만년 하위권이었다. 지난해 이강철 감독 부임 후 첫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유한준이 주장으로 전면에 나선 지난해부터 kt 젊은 선수들은 유한준을 정신적 지주로 여기고 있다.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꾸준함과 시즌 중 탄산음료까지 멀리할 정도의 철저한 자기관리가 팀 내 본보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한준은 “오늘 포스트시즌 진출 매직넘버가 1개 남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크게 의식은 안했다. 내가 중요한 게임에 형으로서 좀 승리에 기여한 것 같아서 기분 좋다”며 “작년 5할 승률로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시즌 초반 스타트가 안 좋았지만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감독님, 코칭스태프, 선수들을 믿고 시즌을 치렀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주위에 공을 돌렸다.
지나친 겸손함이었다. 한국 나이로 마흔이지만 유한준은 114경기에 나서 타율 0.281, 10홈런, 60타점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이날 4타점은 물론이고, 전날(21일) 수원 홈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는 10회말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0)가 고열 증세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가운데, 유한준이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 kt위즈 유한준이 22일 잠실 두산전 승리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안준철 기자 |
유한준은 히어로즈 시절 가을무대 경험이 있다. 다만 박경수(36)는 아직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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