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해운대와 송정사이를 오가는 바다열차. 호그와트 열차를 닮아 인기몰이중이다. [사진 = 부산관광공사] |
◆ 서해의 전설 '월미 바다열차'
서해의 전설이 돌아왔다. 이름하여 월미 바다열차. 표 끊어놓고, 길건너 차이나타운에 들러, 그 유명한 백짜장(하얀색 자장면) 한그릇 때린 뒤, 반대편 송화동 동화마을에서 소화 시킨 뒤에야 비로소 탄다는 '전설의 웨이팅 끝판왕'이다.
일단 확 바뀐 바다열차 시스템부터 소개하고 가자. 탑승부터 달라졌다. 키오스크에서 티케팅 한 뒤 모노레일에 올라타는 과정은 ▲전자출입명부 작성 ▲열화상감시카메라 체온 측정 ▲손소독제 ▲마스크 착용 등 4단계 검역과정을 거친다. 탑승인원 역시 제한. 46명 정원에서 17명으로 확 줄여놓았다. 두량의 모노레일에 쾌적한 공간이 확보될 정도니, 안심해도 될 정도.
탑승대에 서자 '삐삐' 경고음과 함께 바다열차가 접근한다. 탑승 방식도 압권이다. 반대편 선로에 탑승객을 내려준 뒤, 놀랍게 통째 횡단 이동을 한다. 옆으로 그대로 옮겨지는 방식은 세계 최초다. 드디어 입성. 2량의 바다열차는 총 6.1km의 선로를 따라 평균 시속 10km로 느릿느릿 움직인다. 지상 7m에서 최고 높이 18m까지 업다운으로 오가며 월미도와 인천내항, 서해바다까지 구석구석 '월미 8경'을 훑어간다. 월미공원역을 지나면 창문 가득 거대한 탱크 벽화가 한눈에 박힌다. 맞다. 바다열차 1경, 넘버원에 꼽히는 사일로 벽화.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벽화로 2018년 12월 기네스북에 오른 기록의 시그니처다. 높이만 무려 48m. 아파트 22층 규모다. 방송으로 간단한 설명이 나온다. "전문가 22명이 약100일 동안 86만5400ℓ의 페인트를 사용해 그렸다"는 전설같은 멘트. 넓이는 2만3689㎡로 종전 기네스 기록인 미국 콜로라도 푸에블로 제방의 벽화보다 1.4배 넓다. 이곳을 100배 더 생생하게 보는 법? 간단하다. 월미공원역 옥상으로 향하면 된다. 코앞에서 기네스북에 오른 기록의 벽화를 볼 수 있다.
↑ 기네스북에 오른 야외벽화 바로 옆을 달리고 있는 월미 바다열차. [사진 = 인천도시공사] |
압권은 7경으로 꼽히는 인천항 갑문이다. 사회 시간에 외우다시피 했던 '최대 10m 조수간만의 차', 그 원리를 이용하기 위한 시설물이 갑문이다. 1918년 첫 갑문이 만들어졌고 현재 남은 제2갑문은 74년생인데, 국내 유일의 갑문으로 남아있다. 8경인 인천 내항까지 두루 둘러보는 데 걸린 시간은 총 45분 정도. 잊을 뻔 했다. 18홀 골프 라운드를 돈 뒤 '19홀' 먹방코스처럼 기자가 개인적으로 꼽은 보너스 월미 9경. 10m짜리 건널목 건너 오르막만 오르면 만나는 차이나 타운이다. 까만색 짜장만 득세하는 시기, 기어이 역발상 '하양'으로 버티고 있는 백짜장은 무조건 드셔보시길. 맛? 비밀이다. 직접 먹어보시라.
↑ 월미 바다열차 지척인 인천 차이나타운의 명물 백짜장. |
◆ 월미 쯤이야…강릉·부산도 있다
서해와 자웅을 겨루는 동해 바다열차. 접근성부터 천지개벽했다. 강릉까지 KTX에 오르면 2시간도 안돼 이내 강릉. 역사에 내리면 바로 바다열차에 오른다. 코로나 시대 뉴노멀 여행으로 뜬 '당일치기 열차 나들이'다. 동해의 전설은 서해의 전설보다 먼저 움직였다. 8월부터 뜨문뜨문 가동중이다. 통유리 창문 옆으로 바로 동해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록의 열차, 동해 바다열차다.
↑ 동해 7번 국도를 따라 가는 바다열차. [사진 = 코레일관광개발] |
코스는 강릉~ (정동진)~삼척간 53km 구간이다. 압권은 좌석 배치. 열차 좌석이 아예 바다를 향해 있다. 앞사람 뒤통수를 보는 일반 열차와는 좌석 배치부터 다른 셈. 창문은 전체가 통유리다. 마치 극장에서 거대한 영화 화면을 보듯 정면의 통유리를 통해 7번 국도를 따라 이어지는 동해의 아찔한 절경을 구석구석 훑어볼 수 있다. 열차가 움직이는 선로도 '전설'이다. 바다와 10m 남짓 떨어진, 말하자면 바다와 가장 가까운 선로다. 요즘 특히 인기 있는 좌석은 '독채 형태'의 프러포즈실. 열차와 열차 사이 공간에 오붓한 쪽방 같은 공간이다. 양쪽에 두명씩 네명 가족이 충분히 들어가는 공간. 들어가 보니 아늑하다. 마치 극장의 커플석 같은 느낌이다. 가운데 테이블에는 와인과 간단한 건과류가 놓인다.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열차 안 DJ가 직접 사연을 받아 방송까지 틀어준다. 코로나 시대 그야말로 언택트한 '프라이빗' 공간인 셈이다.
삼척까지 가는 중간역들도 하나같이 '전설의 역'이다. 서해 바다열차 코스에 기네스북에 오른 사일로 벽화가 있다면 동해엔 '정동진역'이 있다. 불과 10m.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곳이다. 허공에 뜬 '허공역'은 추함이다. 지상 20m 정도의 공중 역에 내리면 계단을 따라 내려와야 한다. 삼척역에도 전설의 여행지가 있다. 무려 100개 이상. 대한민국에서 가장 남근석이 많은 놀라온 포인트, 해신당 공원이다. 주변 가로등까지 남근석 형태니 말 다했다. 혹 '19금 여행지' 아니냐고? 천만에. 어린이도 들어가는 해학적 공간이니 음흉한 생각은 금물. 바다열차 동해 투어의 9경 코스, 맛집. 서해 백짜장에 버금가는 강릉 '장칼국수'. 맛? 역시나, 비밀이다. 직접 드셔보시라.
서해와 동해 '레전드'급과 달리 신상으로 뜬 바다열차는 부산 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 SNS에는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행 기차'라는 평이 쏟아지면서 코로나 시국에도 '웨이팅'이 끊이질 않을 정도. 내부 구조는 강릉 바다열차와 쏙 빼닮았다. 바다를 보는 통유리창을 향해 일자형으로 앉는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100명씩 총 200명이 탑승인원을 40~50명 선으로 엄격히 제한해 운영한다. 코스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송정해수욕장까지. 한반도 지형을 떠올리면 L자로 꺾이는 호랑이 엉덩이 부위다. 미포 정거장(0.3㎞)에서 출발해 달맞이터널(0.8㎞), 청사포 정거장(2.3㎞), 다릿돌전망대(2.9㎞), 구덕포(3.4㎞), 송정 정거장(4.8㎞)을 지난다. 송정 정거장에서 미포 정거장 방향으로 탈 수도 있다. 시속 15㎞의 느린 속도로 이동하며 탑승 시간은 편도 30분, 왕복 1시간이 소요된다.
강릉 바다열차 처럼 간이역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이 일품이다. 청사포와 구덕포를 지날 때면 파도가 부서지는 동해가 한눈에 박힌다. 달맞이터널 앞에 서면 오륙도 광안대교 동백섬이 내다보이는 파노라마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잊을 뻔 했다. 맛집? 볼 것 없다. 고기파는 해운대 암소갈비, 회파는 뼈째 먹는 송정 회센타 붕장어(부산사람들은 일본어를 차용, 세꼬시라 부른다)를 찍으시면 끝. 맛? 예상하다시피 비밀이다. 가서 맛보시라.
▶ 동해·부산 바다열차 즐기는 Tip = 동해는 코
[인천·강릉 =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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