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2주 만에 등판한 유희관(34·두산)은 마치 한국시리즈 경기처럼 투구했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한화의 ‘고춧가루’ 타선을 상대했다. 180도 달랐다. 선제 실점을 했으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불필요한 공도 없었다. 4사구는 0개.
유희관은 15일 열린 KBO리그 잠실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두산 타선이 폭발하면서 16-3 대승을 거뒀다.
투·타의 완벽 조화로 유희관은 8월 28일 창원 NC전 이후 48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그리고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까지 1승만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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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관이 15일 열린 KBO리그 잠실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김재현 기자 |
9월 이후 한 번도 승리투수가 된 적이 없는 유희관이다. 최근 5경기에서 4패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했다.
9월 10일 광주 KIA전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했으나 불펜 방화로 승수를 쌓지 못한 적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 조기 강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태형 감독도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알칸타라와 플렉센을 제외한 선발투수의 페이스가 많이 떨어졌다. (유)희관이가 부담될 거다. 그래도 자기 역할을 잘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틀간 두산을 상대로 1점밖에 못 뽑은 한화는 타선을 대폭 변경했다. 유희관에 강한 노태형(0.750) 노시환(1.000)을 전면 배치했다.
최원호 감독대행 카드는 적중하는 듯했다. 2회초에 선두타자로 나선 노시환이 유희관과 7구 접전 끝에 2루타를 쳤으며 뒤이어 김민하가 1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던진 유희관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두산 야수의 폭넓은 수비 범위도 유희관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한화의 공격 시간은 상당히 짧았다.
유희관에게 큰 위기도 없었다. 4회초 2사 후 김민하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뒤이어 반즈를 범타로 처리했다. 5회초에는 공 9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6회초까지 마운드를 지킨 유희관이다. 8월 28일 NC전 이후 가장 긴 이닝을 책임진 그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이 없었다. 그를 위
이번 기회마저 놓칠 경우, 사실상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도전 무산이 유력했다. 하지만 유희관은 놓칠 뻔했던 희망의 끈을 잡았다. 그와 더불어 두산의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도록 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