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가로스(Roland Garros)가 아닌 폴란드 가로스(Poland Garros)다.'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 중인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롤랑 가로스'가 올해는 폴란드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이 된 이가 시비옹테크(54위) 때문에 '폴란드 가로스'가 됐다는 한 폴란드 신문의 헤드라인입니다.
시비옹테크는 10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랭킹 6위 소피아 케닌(미국)을 2-0(6-4 6-1)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폴란드 선수로는 남녀를 통틀어 최초로 테니스 메이저 대회 단식 정상에 오른 시비옹테크는 2001년생, 올해 19살 신예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이번 우승으로 시비옹테크는 12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17위에 오르게 됐습니다.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챔피언 가운데 세계 랭킹이 가장 낮은 선수가 바로 올해 시비옹테크의 54위입니다.
또 시비옹테크는 우승까지 상대에게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것은 물론 한 세트에 5게임을 허용한 적도 없었습니다.
우승까지 7경기에서 시비옹테크가 내준 게임은 총 28게임이 전부였고 이는 1988년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20게임만 내주고 우승한 이후 최소 게임 허용 우승 기록이 됐습니다.
시비옹테크는 이번 대회 '깜짝 우승'을 차지했으나 주니어 시절부터 꾸준히 성적을 올리며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은 선수입니다.
아버지 토마시 시비옹테크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조정 국가대표로 출전한 경력이 있는 '스포츠 가족' 출신입니다.
3살 많은 언니 아가타를 따라 테니스를 시작한 시비옹테크는 2018년 프랑스오픈 주니어 여자 복식에서 우승했고, 같은 해 윔블던에서는 주니어 단식 정상에 올랐습니다.
2018년에는 유스 올림픽 여자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될성부른 나무'였습니다.
이번 대회 매 경기 공격 성공 횟수 25개씩 기록하는 등 강력한 포핸드를 앞세운 공격적인 스타일이 돋보이는 시비옹테크에 대해 벌써 많은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NBC 중계 해설을 맡은 존 매켄로는 "앞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6승 이상 할 수 있다"고 평가했고, 메이저 대회에서 18차례나 우승한 크리스 에버트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앞으로 더 많은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획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인데도 긴장하는 기색이 거의 없었던 시비옹테크는 이번 대회 기간에 코트 입장에 앞서 미국 록 밴드 건즈 앤 로지스가 1987년에 발표한 '웰컴 투 더 정글'이라는 노래를 계속 듣는다고 밝혀 '애 늙은이' 같은 면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날 시상식에서는 "집에 있는 고양이도 이 중계를 보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통통 튀는 매력을 선보였습니다.
다만 그가 앞으로 톱 랭커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실책을 줄이는 등 경기 운영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2017년 프랑스오픈에서 역시 '공격 앞으로'를 외치며 당시 세계 랭킹 47위로 우승했던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도 그때 나이 20세 신예로 세계 테니스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2018년 윔블던 4강 외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우승도 2017년 코리아오픈, 2019년 룩셈부르크오픈 두 번이 전부입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준우승한 마르케타 본드로소바(체코)도 20살에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이후로는 기대치를
올해 프랑스오픈에는 지난해 우승자 애슐리 바티(호주), 올해 US오픈 우승자 오사카 나오미(일본) 등이 불참했고,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도 2회전을 앞두고 기권했다는 점에서 최근 '춘추전국 시대'라는 평을 듣는 여자 프로테니스 분위기를 고려하면 시비옹테크가 이번 우승으로 '진짜 정글'에 뛰어들었다고 보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