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샌디에이고) 김재호 특파원
탬파베이 레이스의 2020시즌 연봉 총액은 삭감 이전 금액 기준으로 5930만 달러. 메이저리그 최하위 수준에 속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들은 아메리칸리그 전체 승률 1위를 차지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적은 금액으로도 내실 있는 선수단을 구성한 결과다. 눈길이 가는 슈퍼스타는 없는데 빈틈도 없다. 케빈 캐시 감독 말을 빌리자면 "균형잡힌 재능 있는 그룹"이다.
이같은 선수단을 만들기 위해 여러 방법이 동원됐다. 케빈 키어마이어, 블레이크 스넬, 브랜든 라우처럼 드래프트를 통해 뽑았거나 호세 알바라도, 디에고 카스티요처럼 해외에서 재능 있는 인재를 직접 영입하기도 했다. 찰리 모튼(2년 3000만 달러)처럼 투자해 영입한 FA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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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로자레나는 트레이드 명가 탬파베이의 새로운 히트상품이다. 사진=ⓒAFPBBNews = News1 |
2020년 포스트시즌에서는 새로운 '히트상품'이 등장했다. 랜디 아로자레나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월 레이스는 투수 유망주 매튜 리베라토어와 또 다른 마이너리거 에드가도 로드리게스, 드래프트 지명권을 얹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내주는 대가로 호세 마르티네스와 함께 그를 영입했다. 트레이드 당시에는 마르티네스가 즉시전력감으로 주목받았으나 마르티네스는 시즌 도중 또 다른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떠났고, 지금은 아로자레나가 주목받고 있다.
정규시즌 23경기에서 타율 0.281 출루율 0.382 장타율 0.641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낸 그는 포스트시즌 기회를 얻었고, 여기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다섯 경기에서 20타수 12안타, 홈런 3개 4타점 기록하고 있다. 3경기 연속 홈런, 4경기 연속 멀티히트, 5경기 연속 장타를 기록하고 있다.
그를 상대한 애런 분 뉴욕 양키스 감독은 "우리 투수들이 실투를 던질 때마다 배트 중심에 맞히고 있다"며 그의 활약에 혀를 내둘렀다. 양키스는 지난 8일(한국시간) 디비전시리즈 3차전 8회 마지막 타석에서 마침내 땅볼로 잡을 수 있었다. 이미 승부의 추가 기운 뒤였다.
레이스 동료들은 일제히 '칭찬릴레이'에 뛰어들었다. 선발 타일러 글래스노는 "지금 지구상 최고의 야구 선수"라고 칭했고, 포수 마이클 페레즈는 "뭐라 묘사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마치 다른 별에서 온 선수같다"고 말했다.
내야수 조이 웬들은 "정말 강한 타구를 잘 만든다. 특별하다. 매일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하고 재밌는 루틴을 갖고 있는 선수다. 그냥 하는 모습 그대로 잘하게 놔두고 있다. 모두가 재밌게 지켜보고 있다"고 평했다.
케빈 키어마이어도 "여러 방면에서 독특한 선수다. 모두가 그를 좋아하고 있다. 그가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며 새로운 동료에 대해 말했다.
다른 쿠바 출신 선수들이 그렇듯, 그도 사연이 많은 선수다. 가족들과 함께 보트에 몸을 싣고 목숨을 걸고 쿠바를 탈출한 그는 이후 멕시코리그를 거쳐 2017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다. 쿠바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 멕시코와 미국 무대를 거치는 과정은 힘든 여정이었지만, 동시에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지도자들을 만나 배운 것을 자신의 것으로 습득할 수 있었다. 그는 일례로 "멕시코에서 뛰던 시절 타격코치님이 손의 위치에 대해 알려주셨고, 세인트루이스에서는 당시 크로스로 스탠스를 했었는데 오픈 스탠스로 바꾸며 더 나은 각도로 스윙을 하면서 타구를 띄울 수 있었다. 이런 모든 것들을 모아서 함께 가져가고 있다"며 그동안 자신이 배운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쿠바 출신 선수들 중에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1루수 율리에스키 구리엘을 가장 동경한다고 밝혔다. "그의 활약을 보면서 자라왔다. 공수주 모두 능한 선수다. 정말 존경한다.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내게 '계속해서 열심히 하고 게임 플랜을 지키면서 네 캐릭터를 유지하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묻는 질문에는 미소와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랜디 아로자레나 나 자신"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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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로자레나의 성공은 탬파베이가 적은 연봉 총액으로도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설명해주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
오랜 시간 이 과정을 지켜봐 온 키어마이어는 "하는 트레이드마다 성공하는 거 같다. 우리는 재능 있는 선수를 영입하고 있다. 랜디의 경우도 처음에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마이너리그 기록을 보고 괜찮은 선수일 거라 생각했는데 캠프에서 직접 그 모습을 보니 엄청났다. 다시 한 번 프런트 오피스에 경의를 표한다"며 프런트의 노력을 인정했다.
이어 "구단에서 하는 일에 대해 반대하기가 힘들다. 이전에도 우리는 크리스 아처를 내주고 글래스노와 메도우스를 영입했다. 팀의 간판 선수를 내주며 빅리그 데뷔가 멀지 않은 선수들을 받고 있다. 여러 다른 곳에서 많은 선수들을 데려왔다. 그리고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캐시 감독님은 선수들이 자신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 이 팀과 함께하는 것이 재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탬파베이 레이스라는 팀이 가진 매력에 대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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