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아직 역량이 부족했고 채울 것이 많아 사퇴하게 됐습니다.”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용퇴다. 구단 고위층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이 아니냐는 시선이 늘고 있다.
키움은 8일 오후 손혁 감독의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키움은 7일까지 73승 1무 58패로 3위에 올라있다. 2위 kt위즈와는 1경기 차, 4위 LG트윈스와도 1경기 차다. 설사 정규리그 우승을 못한다 하더라도 포스트 시즌을 통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려볼 수도 있다. 치열한 상위권 경쟁 중인 와중에 나온 폭탄 선언이다.
↑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자진 사퇴했으나 구단 고위층 의중이 반영된 결정이 아니냐는 시선이 늘고 있다. 사진=MK스포츠DB |
3위에 올라있고, 2위 싸움 중에 나온 사퇴라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김치현 단장도 “3위팀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사퇴한다는 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이긴 하다”면서도 “올 시즌 우리 팀 전력이 좋아 우승이 목표였고, 그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것 때문에 (손혁) 감독님이 힘들어하셨다”고 설명했다.
물론 김 단장이나 구단의 설명 또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키움의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손혁 감독에 대한 악성 루머들이 떠돌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손혁 감독이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할 때부터 뜨거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3시즌 간 팀을 이끌며 지난 시즌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고 준우승까지 이끈 장정석 전 감독(현 KBS N 해설위원)과의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후 KBO 영구제명 상태인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 경영 이슈까지 불거졌다.
현재 키움 구단을 장악한 이는 대주주 이장석 전 대표가 아닌 허민 이사회 의장이다. 하송 대표이사 역시 허 의장의 최측근이다. 손 감독의 선임도 친분이 있는 허 의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가 많았다. 역시 이번 사퇴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감독대행으로 1985년생인 김창현 퀼리티컨트롤(QC) 코치를 선임한 것 또한 일반적이지 않은 결정이다. 보통 감독 사퇴의 경우 수석코치나 2군 감독이 대행을 맡는 경우가 많다. 김 대행은 경희대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했지만, 프로선수 경력은 없고, 전력분석원으로 일해왔던 인물이다. 이에 김치현 단장은 “홍원기 수석코치가 빠지면 수석코치 역할을 맡을 분이 없으시다. 김 대행은 QC코치로 감독님과 전력분석 회의 때 배석을 했기에 선수단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데이터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고 소개했다.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 윗선의 외압 여부에 관한 질문에는 “손혁 감독의 자진사퇴 의사가 확고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손 감독의 퇴진을 문자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