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이상철 기자
김현수(20·KIA)의 데뷔 첫 선발 등판 경기는 호랑이 군단 차세대 에이스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1승 투수’도 양현종(32)의 길을 뒤따라 가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1일 열린 KBO리그 고척 KIA-키움전은 김현수를 위한 무대였다. 타자 김현수가 아닌 투수 김현수다.
애런 브룩스의 이탈로 데뷔 첫 선발 등판 기회를 얻은 김현수는 5이닝을 3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키움 타선이 최근 힘이 빠졌다고 해도 김현수의 공은 매우 위력적이었다. 예리한 커브를 앞세워 탈삼진을 7개나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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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타이거즈 투수 김현수는 1일 열린 키움히어로즈와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5이닝을 7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데뷔 첫 승을 올렸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
1승 투수도 깜짝 놀랐다. 그는 “탈삼진을 이렇게 많이 기록한 적이 없다. 포수 김민식 선배가 내 커브를 믿어줬다”며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은 속구와 커브다. 커브를 더 강하게 던지면서 영점이 잡혔다. 이젠 내 커브가 자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현수의 기대 이상 호투에 KIA를 키움을 3-1로 꺾고 단독 5위에 올랐다. 적극적이고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쳐 포스트시즌 진출의 목표를 이루겠다던 맷 윌리엄스 감독이었다. 조금씩 그 꿈에 다가서고 있다.
수많은 KIA 투수가 제2의 양현종이 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지금껏 호랑이 군단에 ‘포스트 양현종’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꽤 매력적인 투수가 등장했다. 프리에이전트(FA) 안치홍의 부상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는 KIA 팬을 열광하게 했다.
김현수의 데뷔 첫 승에 한 포털사이트의 검색어에는 ‘야구선수 김현수’가 등장했다. 투수 김현수에 대한 궁금증이 일으킨 ‘현상’이었다.
딱 한 경기였지만 그만큼 강렬했다. 군더더기가 없는 ‘선발투수’였다. 5회말까지 72개의 공을 던졌다. 더 맡길 수도 있었으나 ‘좋은 흐름’에 끊은 KIA 벤치였다. 훗날 호랑이 구단을 이끌 에이스로 성장할 만한 재목이라는 걸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김현수도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양현종의 이름을 언급했다. 양현종은 김현수 첫 승의 ‘조력자’였다. “딱 3이닝만 던진다고 생각해. 그 이후는 보너스 이닝이다”라는 대투수의 이야기에 2년차 투수는 긴장이 풀어줬다.
2회말 2사 후 연속 안타를 맞은 김현수였다. 경험이 적은 선발투수는 와르르 무너질 법도 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홈런 12개를 친 박동원을 범터로 처리했다.
비결은 간단했다. 1, 2점 정도는 줘도 된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양현종이 김현수에게 알려준 이야기였다.
김현수는 “양현종 선배의 조언 덕분에 좀 더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내 공을 던질 수 있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현역 최다 승(145) 기록을 보유한 양현종은 ‘대투수’다. 스무 살 김현수가 보기에 ‘저 앞’에 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그 뒤, 아니 그 옆에 서 있고 싶
김현수는 “앞으로 계속 이렇게 공을 던지고 싶다. 아주 자신 있게. 그리고 언젠가 양현종 선배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 그 길을 따라 걷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꽤 먼 이야기일 수 있으나 첫 단추는 아주 잘 꿰맨 김현수였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