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세인트 피터스버그) 김재호 특파원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계획대로 실행되는 일은 별로 없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그랬다. 에이스 류현진을 2차전에 등판시켜 시리즈 흐름을 바꾸려고 했던 이들의 계획은 보기좋게 무너지고 말았다.
류현진은 1일(한국시간)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 선발 등판, 1 2/3이닝 8피안타 2피홈런 1볼넷 3탈삼진 7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45개였다.
한마디로 최악이었다. 5일을 쉬고 나왔지만, 전혀 날카롭지 못했다. '게임데이'에 따르면, 이날 류현진은 17개의 커터와 8개의 투심 패스트볼, 7개의 포심 패스트볼, 7개의 체인지업과 6개의 커브를 던졌다.
↑ 이날 류현진은 모든 것이 안풀렸다. 사진=ⓒAFPBBNews = News1 |
체인지업도 통하지 않았다. 1회에만 안타 2개를 허용했다. 상대는 류현진의 바깥쪽 코스로 들어오는 체인지업을 정확하게 알고 공략했다. 강한 타구는 아니었다. 강한 타구일 필요가 없었다. 수비가 빈틈으로 정확하게 컨택했다. 체인지업이 간파당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팔의 회전 속도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다.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나마 하나 통한 것이 커터였다. 1회 두 차례 탈삼진의 결정구로 활용되며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이런 커터마저도 2회에는 그를 배신했다. 헌터 렌프로에에게 허용한 만루홈런은 커터가 너무 치기 좋은 위치로 들어갔다.
제구도 흔들렸다. 2회 2사 이후 반드시 잡았어야 했던 타자 디아즈를 상대로 볼넷을 허용했다. 여기서부터 밸런스가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유격수 보 비셋의 수비는 불타는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1회와 2회 연달아 쉬운 땅볼 타구를 처리하지 못했다. 이 수비만 정확하게 했어도 이정도까지 처참한 성적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날 류현진의 투구는 '종합 멘붕 세트'였다. 모든 것이 안됐다.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지면 탈락하는 상황이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몸 상태에 이상이 없었다면, 뭔가 컨디션이 안좋았을 수도 있다.
아무튼 최고는 아니었다. 그의 2020시즌이 이렇게 끝나가고 있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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