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죄송합니다. 선수가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일주일 전 롯데 관계자는 이병규(37)의 인터뷰가 어렵다며 양해를 부탁했다.
22일 사직 kt전에서 2회 결승 홈런을 터뜨리고 6회 빅이닝의 발판을 마련해 롯데의 완승을 이끌었던 베테랑이다. 새로운 응원 도구 ‘징’을 구매하고 7이닝을 완벽하게 막은 댄 스트레일리가 화제의 주인공이었으나 이병규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병규는 말수가 없다. 경북고, 한양대를 졸업하고 2006년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문한 그는 어느덧 15년차가 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는 입이 무겁다. 선수단 내에서도 과묵한 편이다. 배척하거나 피하는 게 아니다. 말주변이 없을 뿐이다.
↑ 롯데 이병규는 28일 현재 타율 0.299 4홈런 18타점 16득점 OPS 0.913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이에 대해 허문회 롯데 감독은 “다른 선수가 (처음에는 잘 몰라서) 이병규를 낯설어한다. 말이 너무 없으니까. 야구 이야기만 조금 나눌 정도다. 그렇지만 난 잘 알고 있다. 오래전부터 봤다. 1·2군, 어디에 있든 매우 성실한 선수다. (경기를 준비하고) 정신적인 부분을 고려해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움직여야 할 건 입이 아니라 몸이다. 실력과 성적으로 답하겠다는 거로 보인다. 그렇지만 전하고 싶은 ‘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묻고 싶은 이야기에 조심스럽게 답을 했다.
이병규는 지난 1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1년 2개월 만에 1군행이었다. 왼 종아리 부상으로 오랫동안 재활을 해야 했다. 2018년 10월 2일 문학 SK전 도중 왼 종아리 근육이 파열된 후 다치고 또 다쳤다.
천군만마였다. 이병규는 28일 현재 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9 4홈런 18타점 16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OPS는 9할대(0.913)다.
16일 고척 키움전부터 12경기 연속 안타를 치고 있다. 27일 광주 KIA전에서도 8회 포문을 열어 동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양현종의 10승을 막은 이 중 한 명이었다.
지난 주간 타율은 0.409였다. 팀 내에선 오윤석(0.53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계절은 가을이 됐건만 그의 방망이는 여름이다. 시즌 타율도 0.299까지 상승했다.
이병규는 “최근에 경기를 많이 뛰면서 타격감을 유지하기가 좋다. 시즌 끝까지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허 감독은 이병규의 활약에 만족했다. 허 감독은 “항상 잘했던 이병규다. 그래서 그를 기다려왔다. 퓨처스팀에서 몸을 잘 만들었고, 1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큰 도움이 된다”며 선수단 활용의 폭도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병규는 “선수는 자기가 할 것을 해야 한다. 팀이 기회를 주면 최선을 다해 플레이하는 것이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선수는 한 명이라도 더 많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허문회 롯데 감독은 9월부터 가세한 이병규(오른쪽)의 활약에 흡족해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장타가 많아진 원동력에 대해 그는 “그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맞히려고 한 게 주효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찬스 때 안타를 치면 팀이 득점하고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더욱 집중력이 올라가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2017년 19경기, 2019년 8경기 출전에 그쳤던 이병규는 올해 25경기에 나갔다. 건강을 회복한 만큼 경기를 뛸 때마다 임하는 자세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인데 그는 다르게 생각한다.
이병규는 “(간절함이 커질수록) 신경 쓰지 않고 마음을 비우려고 한다. 그렇게 팀 승리를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서른일곱 살 선수를 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