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반 정도 전 일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흔히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홈런 한 방이 될 수밖에 없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이 기준과는 차이가 있는 외국인 타자다. 안타는 많이 치지만 홈런 숫자는 평범한 수준이다. 그런 페르난데스에게 만족하는가? 아니면 좀 더 바라게 되는가?”
김 감독은 오래 생각하지 않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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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를 많이 치는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왼쪽)와 홈런을 많이 날리는 로베르토 라모스(오른쪽). 사진=MK스포츠 DB |
“홈런을 많이 쳐 주면 좋지만 지금의 페르난데스에게 어떻게 더 바랄 수 있겠는가. 지금처럼 안타를 꾸준히 쳐 주는 것 만으로 만족한다.”
그런데 시간이 좀 흐른 뒤 김 감독의 반응이 조금 달라졌다. 페르난데스를 직접 언급 하지는 않았지만 팀 타선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며 ‘임팩트’라는 단어를 썼다.
김 감독은 얼마 전 “페르난데스나 허경민 같은 선수들이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전(이전의 두산)처럼 임팩트가 있거나 상대에게 중압감을 주지는 못한다. 그런 부분들이 좀 아쉽다.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타선의 무게감이 조금 떨어진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는 16일 현재 타율 0.360으로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2위 손아섭(0.352·롯데)와 8리 차이나 나는 압도적인 1위다.
장타율도 0.525(12위)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홈런 자체가 많지는 않다. 홈런은 16개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15개)보다는 좀 더 늘었지만 약 20개 수준에서 시즌을 마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이 ‘임팩트’를 이야기한 이유를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한 방에 경기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는 임팩트를 페르난데스에게 기대하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김재환이 전성기 시절처럼 40개씩 홈런을 쳐 준다면 나오지 않았을 얘기다. 그러나 김재환도 홈런 수가 지난해부터 급감했다. 페르난데스에게 아쉬움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팀에서 홈런을 펑펑 쳐 줄 선수가 없다는 아쉬움은 분명히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대척점에 LG 라모스가 서 있다. 라모스는 33개의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홈런 부문 2위다. 이 페이스라면 40개 정도에서 시즌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라모스는 정확성이 떨어진다. 타율이 0.285다. 점점 떨어지고 있는 수치다. 3할을 넘게 치다 점점 타율이 내려가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0.190에 불과하다.
허나 라모스의 정확성을 탓하긴 어렵다. 라모스가 친 결정적 홈런이 한, 두 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LG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30홈런을 초과한 타자를 보유하게 됐다. 잠실 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팀으로서는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확성에 대한 아쉬움이 아주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류중일 LG 감독도 “라모스가 결정적일 때 좀 더 쳐주길 바란다. 파괴력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라모스가 안 맞자 타순을 6번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그의 에버리지가 좀 더 높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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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우 MK스포츠 전문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