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2016년이었다. 그해는 추신수의 커리어에서 최악의 한 해로 남아 있다. 네 번의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단 48경기 출전에 그쳤다. 8월 16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홈경기는 그 불운의 정점을 찍는 날이었다. 5회말 상대 좌완 로스 디트와일러의 몸쪽 높은 공에 왼팔을 맞았을 때, 그의 시즌은 사실상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때 의사는 10월에나 복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는 '한 타석만이라도 좋으니 복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0일(한국시간) 인터뷰를 가진 추신수는 당시를 떠올렸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부상으로 시즌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 추신수는 지난 시애틀 원정 도중 슬라이딩을 하다 손을 다쳤다. 사진=ⓒAFPBBNews = News1 |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사뭇 다르다. 텍사스는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팀에서 리그 최하위를 다투는 팀으로 변했다. 추신수와 함께하던 노장들도 하나둘 팀을 떠나고 이제 그도 7년 계약의 마지막을 달리고 있는 베테랑이 됐다.
그리고 그는 지난 시애틀 원정 도중 입은 오른손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하위권 팀의 베테랑 선수들은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하면 그대로 시즌을 일찍 끝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즌이 3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 추신수도 얼마든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 터.
그럼에도 그는 "이렇게 시즌을 끝내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돌아올 것이다. 돌아와서 좋게 마무리를 하고싶다"며 여전히 살아 있는 의지를 드러냈다.
추신수는 이르면 다음주 진행되는 LA에인절스와 원정시리즈에서 복귀할 예정이다. 좋은 마무리를 위한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
문제는 기회가 얼마나 주어지느냐다. 젊은 선수들과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리드오프 자리는 레오디 타베라스에게 양보했다. 여기에 좌익수 자리에서는 닉 솔락, 일라이 화이트 등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밀려난 레인저스 입장에서 지금으로서는 미래를 대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
추신수는 "빅리그에서 14년을 뛰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라며 이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과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는 그래디 사이즈모어, 제이슨 마이클 등과 출전 시간을 경쟁하며 빅리그라는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던 그는 이제 반대 입장에서 그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우디(우드워드 감독의 애칭)가 어떤 라인업을 짜든, 그 라인업은 좋은 라인업이다. 재능 있는 선수들로 가득한, 상대 팀을 이길 수 있는 라인업이다. 절대 포기하는 라인업을 구성하지 않는다"며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낸 뒤 "모두가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젊은 선수들에게 빅리그에서 뛰는 법을 가르치고, 옳은 방향으로 경기하도록 가르쳐야한다. 정신적인 면이 특히 중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빅리그에서 뛸 정신적 준비가 안돼있으면 오래 버티기가 힘들다"며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여전히 빅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내 자리를 잃고싶지 않다. 가르침과 동시에 노력하고 있다. 어떤 것도 잃고 싶지않다"며 경쟁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사실, 그에게 이같은 도전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그가 부상으로 고생했던 2016년에는 노마 마자라가 등장했다. 이밖에 델라이노 드쉴즈, 윌리 칼훈 등 여러 젊은 외야수들과 건강한 경쟁을 벌여왔고, 그속에서 생산성을 보여주며 생존했다.
그전에는 더 힘든 시기도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홀몸으로 미국에 진출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른 그에게 어쩌면 지금의 어려움은 작은 흔들림 정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는 "2015년 4월 나는 빅리그에서 가장 못하는 타자였다"며 1할 타율에도 미치지 못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해에도 그는 결국 반등에 성공, 팀의 지구 우승에 기여했다. 2020년에는 그가 어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보자.
페이오프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