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연장 11회에 터진 로하스의 홈런으로 3시간50분 혈투가 끝난 9일 잠실 경기. 공동 4위로 도약한 kt에 귀중한 1승이었다. 그리고 kt 투수 조현우(26)에게도 의미 있는 첫 승이었다.
김재윤이 2-2의 9회 1사 1, 2루 위기를 막으며 연장전에 돌입하자, 이강철 감독은 조현우를 투입했다.
최근 체력적으로 지쳐있던 조현우였다. 사흘 전인 6일 고척 키움전에선 ⅓이닝 1피안타 1볼넷으로 불안했다. 8월 마지막 등판(광주 KIA와 더블헤더 1차전)에선 안타 3개를 맞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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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투수 조현우가 9일 열린 KBO리그 잠실 두산전에서 10회에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김재현 기자 |
이번에도 위기가 없지 않았다. 예리한 슬라이더로 오재일(투수 땅볼)과 김재환(삼진)을 아웃시켰으나 허경민에게 안타를 맞더니 2루 도루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슬라이더가 빛이 났다. 정수빈과 풀카운트 접전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위기를 탈출했다. 2사 2루가 되자, 정수빈에게 슬라이더만 5개 연속으로 던졌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곧이어 로하스가 2점 홈런을 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시즌 37호 홈런으로 100타점째를 올렸다(시즌 1호 및 통산 76호 30홈런-100타점). 다만 kt 타선은 상당히 답답했다. 안타는 총 5개. 타자가 칠 수 있도록 막고 버티던 투수다. 그렇게 불펜이 만든 1승이었다.
그리고 승리투수 조현우. 2014년 신인 2차 2라운드 16순위로 kt에 지명됐던 그가 마침내 데뷔 첫 승을 올렸다. 트레이드(2015년 5월 kt→롯데)와 2차 드래프트(2017년 11월 롯데→kt)를 거치며 ‘돌고 돌 인생’ 끝에 따낸 값진 첫 승이었다.
2019년까지 통산 10경기 출전에 그쳤던 조현우는 올해 kt 불펜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첫 세이브, 첫 홀드, 첫 패배에 이어 첫 승까지.
이젠 없어선 안 될 ‘좌투수’ 옵션이다. 조현우는 올해 3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81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의 발견’으로 평가될 정도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기복도 심하지 않다. 1군의 부름을 받은 6월부터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월간 평균자책점은 2.89(6월)
두산과 잠실 2연전에서 1승 1패만 거둬도 성공이라던 이강철 감독이었다. 목표를 달성하며 공동 4위를 유지했다. 6위 KIA와 승차도 2경기. 조현우의 첫 승이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듯 하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