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왕조를 구축했던 리그의 강자가 하루아침에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SK와이번스가 충격적인 11연패에 빠졌다. 이제 다음 경기에서도 패하면 12연패로 구단 최다연패 기록이 바뀌게 된다. 프로야구 초창기 어두운 인천야구의 대명사였던 삼미 슈퍼스타즈·청보 핀토스의 길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SK는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4-13으로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11연패로 연패의 늪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11연패는 구단 최다 연패 타이기록이다. SK가 창단한 2000년에 세운 이후로 20년 만에 나온 불명예 기록. 2000년 6월 22일 인천 롯데전부터 7월 5일 사직 롯데전까지(11패 1무)를 기록했다.
당시 창단팀이던 SK는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해체된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단을 인수해 시즌을 치렀지만, 해체되기 직전 쌍방울은 약체 중의 약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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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 경기에서 키움이 13-4 대승을 거뒀다. SK는 이날 패배로 11연패를 당하면서 2000년 기록한 팀 역대 최다연패 타이를 기록했다. SK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이는 한 경기 최다 볼넷 허용 신기록이다. 정규이닝 9회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에는 종전 기록(13개)보다 3개가 더 많아졌다. 이전까지 한 경기 최다 볼넷은 14개였다. 종전기록은 2008년 9월 3일 두산이 잠실 한화전에서 기록했다. 당시 끝장 승부를 도입할 때라 18회 기준이었다.
실책도 4개가 나왔다. 볼넷 16개에 실책 4개를 기록했으니, 이길 수가 없었다. 무기력한 패배였다. 연패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큰 흐름이다.
이날 패배로 최하위 한화 이글스와도 1.5경기 차로 좁혀졌다. 9위 자리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공교롭게도 10~11일 열리는 다음 2연전 상대가 한화다. 두 팀은 대전에서 최하위를 놓고 다투게 된다. SK로서는 구단 최다연패 기록과 최하위 추락 위기가 공존하고 있다.
순위도 순위이고, 연패도 연패지만 수준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경기력 회복은 요원하기만 하다. 특히 마운드 붕괴가 심각하다. SK 팀 평균자책점은 5.89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과거 약체의 상징이었던 삼미와 청보의 길을 간다는 말도 현실이 될 수 있다. 두 팀은 초창기 프로야구에서 어두웠던 인천야구를 대변한다. 삼미는 한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인 18연패 등 불명예 기록을 다수 보유한 팀이다. 삼미를 인수한 청보도 꼴찌를 면치 못했다.
SK는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왕조를 구축한 구도 인천의 자랑이었다. 2000년 이후 빠르게 팀이 강해졌다. 창단 3년 만인 2003년에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우승 3차례, 준우승 3차례를 기록했다. 이후 다소 침체기를 겪다가 2018년 정규리그 2위를 기록한 뒤,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며 네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다만 지난해 줄곧 정규리그 1위를 달리다가 시즌 막판 추락을 거듭, 두산에 1위를 내주고 플레이오프에서도 키움에 3전 전패로 패하며 하락세가 시작됐다.
올 시즌에는 염경엽 감독이 경기 중 실신해 병원에 실려가는 악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염 감독은 실신 68일만인 지난 1일 현장에 복귀했지만, 다시 건강이 안좋아져 올시즌 종료시까지 지휘봉을 놓기로 결정했다. 팀은 연패 수렁에 빠진 상황이었다.
악재가 잇따르는 상황은 과거 인천야구를 대표했던 팀들의 행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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