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라울 알칸타라(28·두산)는 약속을 지켰다. 1년 전의 알칸타라를 뛰어넘었다. 두산의 기대에도 부응했다. 그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알칸타라는 1일 KBO리그 잠실 한화전에서 7번째 도전 끝에 11승을 거뒀다. 시즌 1호 전 구단 상대 승리. 가장 먼저 10승 투수가 됐던 것만큼이나 기쁘다던 알칸타라였다.
내용이 상당히 우수했다. 7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2루에 진루한 한화 타자도 없었다. 알칸타라의 압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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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알칸타라는 1일 KBO리그 잠실 한화전에서 7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11승을 올렸다. 사진=천정환 기자 |
한화에 복합한 사정이 있었으나 전력분석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알칸타라는 8월 26일 잠실 KIA전(6이닝 4실점)에서 패전투수가 된 후 ‘전략’을 바꿨다. 바뀐 투구 패턴에 한화 타자들은 ‘추풍낙엽’과 같았다.
안정감이 뛰어나다. 시즌 18번째 퀄리티스타트. 올해 KBO리그에서 그보다 많이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투수는 없다. 퀄리티스타트 비율이 85.7%였다.
한 경기 최다 실점은 5점으로 딱 한 차례(6월 4일 수원 kt전)였다. 최소 5이닝은 책임질 정도로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다했다. 즉, 어떤 팀도 알칸타라를 초반에 무너뜨리지 못했다.
두산은 알칸타라에 대해 “검증된 이닝 이터로서 자기 관리를 잘한다”고 평가했다. 알칸타라는 올해 21경기에 나가 134⅓이닝을 소화했다. 이닝 부문 2위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kt)가 139⅔이닝을 던졌으나 알칸타라보다 두 번을 더 등판했다.
한화전에서 4사구는 1개도 없었다. 시즌 10번째 무4사구였다. 올해 볼넷 허용이 18개뿐이다. 한 경기에 가장 많은 볼넷을 기록한 것도 3개(5월 29일 잠실 롯데전·6월 4일 수원 kt전)였다. 9이닝당 볼넷 1.21개로 KBO리그에서 압도적인 1위다. 2위는 1.45개의 키움 요시키(키움)다. 특히 볼넷당 탈삼진은 무려 6.61개다.
알칸타라는 볼넷이 적은 투수다. 2019년에도 172⅔이닝 동안 27개의 볼넷만 기록했다. 올해는 업그레이드했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난 변화구가 좋은 투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추가하면서 더욱 효율적인 투구가 가능해졌다”라고 말했다.
낙천적이면서 진중한 성격도 알칸타라의 성장을 도왔다. 김태형 감독은 알칸타라에 대해 “생각보다 침착하다. 차분한 성격이어서 주요 상황마다 흥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최근 지독한 불운에 승리를 번번이 놓쳤던 그다. 조급할 법도 했다. 김 감독도 우려했던 부분이다. 꼬일 실타래가 한 번 풀리기만 하면 됐다. 알칸타라는 ‘남 탓’을 하지 않았다. 그는 “나도 사람인지라 신경이 쓰이긴 했다. 그러나 ‘오늘은 이길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늘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평균자책점 4위, 승리 공동
알칸타라는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도 꼭 이기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두산도 그의 전성기가 이렇게 빨리 올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