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박찬형 기자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가 8월19일 한국프로축구연맹 2020년도 제5차 이사회가 통과시킨 ‘선수-구단 상생을 위한 코로나19 고통분담 권고안’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코로나19 고통분담 권고안’은 상여금을 제외한 기본급이 3600만 원을 넘는 K리그 약 64%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구단과 선수가 상호합의했다는 전제로 3600만 원 초과분에 대해 4개월분 급여 10%를 하향 조정하는 계약 변경을 담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8일 2020년도 제1차 K리그 주장간담회에서 “어디까지나 제안이다. 선수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구단이 일방적으로 연봉을 하향할 수 없다”라며 ‘코로나19 고통분담 권고안’ 원칙을 밝혔다. 이하 20일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공식입장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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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가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가 통과시킨 ‘선수-구단 상생을 위한 코로나19 고통분담 권고안’에 반대했다. 권고안은 기본급이 3600만 원 이상 K리그 선수를 대상으로 초과분에 대해 4개월분 급여 10%를 하향 조정하는 계약 변경을 담았다. |
연맹은 연봉삭감안이 어디까지나 ‘권고안’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로서는 연맹의 위와 같은 말장난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연맹 역시 중요 사안들에 대해서는 법률 조언을 받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맹에 묻고 싶습니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 직원에게 사직을 ‘권고’하고, 사직을 ‘권고’받은 직원이 마지못해 사표를 제출하는 이른바 ‘권고사직’이 법률상 ‘해고’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는 유명한 대법원 판례입니다. 연맹이 이를 미처 몰라서 이번 이사회를 통해 ‘권고안’을 통과시킨 것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40년 가까운 한국프로축구 역사상 ‘강제해고’라는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 구단의 ‘권유’ 내지 ‘권고’에 의한 계약해지로 포장되었습니다. 이러한 구단의 ‘권유’에 의한 선수 계약해지 역시 선수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무단해고에 해당한다는 판례가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된 바도 있습니다.
법리를 떠나 상식선에서도, 구단 관계자가 1:1로 선수를 불러 삭감된 연봉계약서를 제시하며 사인하라고 하는데, 여기서 사인을 안 하고 버틸 선수가 과연 있을까요? 선수가 삭감된 연봉계약서에 사인하면, 연맹과 구단은 선수가 연봉삭감에 동의했다며 이를 ‘프로축구 상생을 위한 아름다운 신파극’으로 포장하여 여기저기 보도자료를 배포하겠지요. 만일 이것이 법원의 재판으로 갈 경우, 법원은 이를 과연 ‘선수의 동의’에 의한 자발적 삭감이라고 인정할까요?
이렇게 선수의 자발적 동의가 아닌 ‘강제’로 연봉을 삭감당한 선수들이 과연 자신들의 일터인 K리그를 어떻게 생각할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연맹은 애초에 우리 선수협과 연봉삭감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협상을 진행한 실무자는 “선수협은 전체 선수들에 대한 대표성이 없다”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언론에 하고 다닙니다. 모든 선수가 가입된 게 아니라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죠.
우리 선수협은 국제프로축구선수연맹(FIFPro) 정식 멤버이며 2020년 8월19일 기준 718명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연맹에 직언합니다. 선수협의 대표성을 의심하며 악의적으로 선수협을 흔드는 발언을 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선수협은 선수들의 동의 없는 임금 삭감이 강행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연맹 측에서도
선수협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선수들의 ‘동의 없는’ 임금 삭감을 저지할 것입니다. 만일 선수들이 부당한 상황을 겪는다면 선수협은 긴급대응 지원체계를 구축하여 총력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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