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26-6.’ 1회부터 터진 김강민의 만루 홈런으로 흐름을 바꾼 SK가 팀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썼다. 그렇지만 ‘기분이 좋다’는 김강민의 표정은 마냥 행복하지 않았다.
SK는 19일 열린 KBO리그 문학 한화전에서 홈런 6개를 몰아치며 26-6으로 크게 이겼다. 역대 KBO리그 팀 최다 득점 2위 기록이다. 1위 기록(삼성의 1997년 5월 4일 시민 LG전 27득점)과는 불과 1점 차였다.
0-2의 1회말 2사 만루에서 김강민의 개인 통산 5호 만루 홈런이 터질 때만 해도 ‘기록적인 대승’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그러나 SK는 5회말을 제외하고 매 이닝 득점하며 한화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4회말과 8회말에는 각각 8점, 6점을 뽑기도 했다.
↑ SK 김강민(오른쪽)은 19일 열린 KBO리그 문학 한화전에서 개인 통산 5호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사진(인천)=김재현 기자 |
박경완 감독대행은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곧바로 김강민이 만루 홈런을 날려 분위기가 전환됐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잘해줬다. 어제와 오늘 좋은 타격감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라고 총평했다.
수훈선수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김강민은 들뜨지 않았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에야 팀 최다 득점 기록을 경신했다는 걸 알았다. 사실 26득점이나 25득점이나 같은 대량 득점이다. 몇 점을 더 내서 기록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규시즌이다. 오늘만 경기하는 게 아니다. 내일도 경기가 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상황이었다고 고백했다. 김강민은 “모든 타자들이 그렇듯 2사 만루 상황에 타석에 서는 걸 싫어한다. 매우 부담된다. 그래도 꼭 치고 싶었는데 최상의 결과가 나왔다. 내가 대량 득점의 물꼬를 트며 대승을 거둬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이틀 연속 한화를 제압한 SK는 29승 1무 56패를 기록했다. 순위는 9위. 3연패 늪에 빠진 8위 삼성(40승 1무 45패)과 승차는 11경기다.
이겼지만 많은 게 힘들다고 토로한 김강민이다. 그는 “한 번도 ‘오늘은 져도 돼’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은 마음이다. 그렇지만 마음대로 안 되니까 야구가 너무 어렵다”며 “올핸 승리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된다. 늘 이기는 게 좋다.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안 풀리고 못 이긴다. 그래서 더욱 승리를 갈망한다”라고 전했다.
2001년 SK에 입단한 김강민은 비룡 군단 역사의 산증인이다. 20번째 시즌이나 올해같이 힘든 적이 없다. 따라서 맏형으로서 책임감도 크다.
김강민은 “나도 많은 걸 배우는 중이다. 이렇게까지 팀 성적이 나빴던 적이 없다. 모든 게 새롭다. 뭐가 잘못됐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나름대로 준비를 잘했는데 안 되니까 생각이 많아진다”며 “지고 싶어하는 선수는 없다. 그래서 밝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편이다. 그래도 솔직히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그래도 김강민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야구팬은 마흔 살을 앞둔 베테랑의 활약을 더 오랫동안 지켜보길 원한다. ‘은퇴하기 아깝다’는 말이 나돌 정도.
그 말은 김강민에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