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강백호는 지난 7월 슬럼프를 겪었다. 올 시즌 들어 월간 타율이 처음으로 3할을 밑돌았다. 7월 타율은 2할5푼3리에 불과했다.
빼어난 타격 기술로 ‘야구 천재’로 불리던 강백호였다. 그런 그의 부진은 많은 말을 낳았다.
득점권에서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고 심지어 태도 논란까지 불거졌다. 늘 자신감 넘치는 그의 스윙은 잘 맞을 땐 ‘넘치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부진이 계속되자 ‘건방짐’으로 읽히기 시작했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 겪는 시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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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백호는 17일 현재 8월 타율 0.349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그러나 강백호의 부진은 심리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기술적으로 흔들린 것이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건방져서 못 친게 아니라 기술적으로 흔들렸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던 것이다.
강백호의 스트라이크존별 타율을 보면 뚜렷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5월의 강백호는 실투를 놓치지 않는 타자였다. 한가운데 몰려 들어온 공에 대한 타율이 5할이나 됐다.
가운데 높게 형성되는 하이 패스트볼에도 강했다. 하이 패스트볼 타율이 0.429나 됐다.
바깥쪽 존에도 강했는데 높거나 낮게 들어오는 바깥쪽 공을 제대로 당겨치며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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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백호의 5월 핫콜드존 |
그러나 7월의 강백호는 다른 타자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운데로 몰린 공에 대한 공략이었다. 한 가운데로 던진 공에 대해서도 반응 능력이 떨어졌다.
7월 한가운데로 몰린 공의 타율은 0.385였다. 얼핏 잘 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운데로 몰린 실투 타율이 3할대라는 건 그만큼 놓친 공이 많다는 뜻이 된다.
가운데로 몰린 공의 타율이 4할대는 기록돼야 기가 막히게 제구된 스트라이크 존의 공을 좀 놓치더라도 타율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높게 제구된 하이 패스트볼에도 약점을 보였다. 하이 패스트볼 타율은 0.333로 더 떨어졌다. 강백호가 실투에 약점을 보이기 시작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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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백호의 7월 핫콜드존 |
한가운데로 몰린 공을 못 친 것은 타격 메커니즘이 흔들렸거나 자신감이 부족할 때 생기는 현상이다. 건방진 것과는 상관 없다.
강백호는 7월 한 달 동안 투수들의 실투를 많이 놓쳤다. 좋은 코스로 들어오는 공을 안타로 연결하는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그것이 슬럼프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그러나 이제 다시 예전의 강백호로 돌아가고 있다. 강백호의 8월 타율은 0.349로 좋았을 때의 타율을 회복하고 있다. 다시 상대의 실투를 놓치지 않는 사냥꾼 본능이 살아났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해도 많고 탈도 많았던 슬럼프의 시간은 이제 지나갔다. 강백호는 다시 상대의 실투를 놓치지 않는 매서운 타자로 업그레이드가
강백호의 슬럼프는 건방져서가 아니라 한가운데도 못 치며 시작됐다. 그리고 이제 끝을 보이고 있다. 쉽지 않은 시간을 잘 버텨내는 것도 천재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배운 시간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