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구래현과 캐디를 맡고 있는 아버지 구상모씨 |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루키 구래현(20·동부건설)이 대형 사고를 칠 분위기다.
15일 경기도 포천 대유몽베르CC 브랭땅·에떼 코스(파72·6525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대유위니아 MBN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구래현은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아내며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로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회 이틀 36홀 동안 보기가 없다. 대신 이글 1개와 버디 7개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적어냈다.
사실 구래현을 아는 골프팬은 거의 없다. 국가대표 상비군이나 국가대표 경험도 없는 등 아마추어 시절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고 올 시즌 프로데뷔 이후에도 성적은 초라했다. 18홀 대회로 끝난 에쓰오일 챔피언십을 제외하고 9개 대회 중 컷 통과는 단 두번이다. 그중 한번은 컷 통과가 없이 진행된 KLPGA챔피언십이니 사실상 구래현의 유일한 컷 통과는 비로 인해 36홀 경기로 열린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 47위 한번이다.
당연히 골프 팬들이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기회를 잡았다.
구래현은 대유위니아 MBN 여자오픈 첫날 자신의 두 번째 홀인 11번홀(파4)에서 샷 이글을 터뜨리며 화려한 시작을 알리더니 이후 버디만 3개를 더 잡고 상위권에 올랐다. 늘 컷 탈락을 염려하던 자리가 아닌 선두권에 이름이 오르니 신이 났다. 구래현은 대회 두번째 날에도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더 추가하며 신바람을 이어갔다.
생애 첫 챔피언조 플레이. 떨리지는 않을까. 구래현은 마냥 신나 보였다. 구래현은 "지금까지 경기를 하면서 실수가 너무 많이 나와 경기를 잘 풀어가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실수를 하지 않고 쓰리 퍼팅도 없었다. 자신감이 생기니 경기가 더 잘 풀린다"며 웃어보였다.
이어 "아직 우승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최대한 열심히 해서 내일 우승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구래현은 "특별한 세리머니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예전부터 '첫 우승 상금은 기부하자'라고 생각해왔다. 그 꿈을 이룰 기회를 잡았으니 꼭 해내고 싶다"며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
![]() |
↑ 15일 포천 몽베르CC에서 열린 대유위니아 MBN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구래현이 힘차게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 제공 = KLPGA] |
부모님에게서 이른바 '골프 DNA'를 물려받은 셈이다. 구래현은 "캐디를 해주시는 아버지와 연습장부터 집까지 온 종일 붙어 있는데 엄하게 몰아붙이거나 훈련을 강요하지 않는다. 제가 프로가 된 뒤부터는 그저 묵묵하고 든든하게 지원자의 역할을 하신다"고 말한 뒤 "코스에서도 내 의견을 더 많이 들어주시니 정신적으로도 많이 흔들리지 않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사실 골프얘기는 엄마와 더 많이 하는데 같은 여자골퍼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알려주셔서 좋다"고 자랑했다.
캐디를 하고 있는 아버지는 어떨까. 구상모씨는 "자식이지만 강하게 끌고가고 밀어붙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스스로 골프가 재미있어야 하고 필드에서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며 "나도 프로골퍼 생활을 했지만 딸에게 강요하고 무섭게 하지 않는다. 나는 캐디를 할 때에도 딸이 말하는 것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딸이 평소에는 컷 통과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제대로 플레이를 못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첫날 두 번째 홀에서 이글을 하면서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좋다"며 웃어보였다.
'생애
[포천 = 조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