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이제 한 경기만 뛰었을 뿐이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모두 다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했는데 에디슨 러셀(26·키움)도 깜짝 놀란 KBO리그 데뷔전 활약이었다.
KBO리그 10경기만 뛰고 퇴출(5월 30일)한 테일러 모터의 빈자리를 메우는 게 러셀의 역할이었다.
러셀이 합류하기 전까지 키움은 외국인 타자 없이 48경기(28경기 20패)를 치렀다. 러셀은 천군만마였다. 게다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 올스타 선수 출신이다.
↑ 에디슨 러셀은 28일 KBO리그 잠실 두산전에서 4타수 2안타 1사구 2타점 1득점을 올리며 키움의 6-2 역전승을 이끌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
28일 잠실 두산전을 통해 KBO리그에 첫선을 보인 러셀은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3번 유격수로 출전해 4타수 2안타 1사구 2타점 1득점을 올리며 키움의 6-2 역전승을 이끌었다.
0-2의 6회초 무사 1루에서 안타를 치며 동점의 발판을 만들더니 3-2의 9회초 1사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때려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4회말 정수빈을 내야안타로 내보냈으나 전체적으로 안정된 수비를 펼쳤다. 키움의 내야는 빈틈이 없었다.
중계 방송사와 수훈선수 인터뷰를 마친 러셀은 자신을 향해 환호하던 키움 팬을 향해 모자를 벗고 허리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제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던 러셀이다.
그는 “이렇게 다시 야구를 할 기회를 줘서 (구단에) 고맙다. 한국에서 야구를 하게 돼 (최대한) 즐기려고 했다. 팬 앞에서 뛴 데다 팀까지 승리해 더없이 기쁘다”며 “내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잘한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공교롭게 6회초와 9회초의 안타는 모두 ‘초구’ 공략이었다. 러셀은 이날 상당히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다섯 차례 타석에서 5구 이상 승부를 펼친 적도 없었다.
러셀은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초구가 좋은 공이라면 (공격적인 자세로) 치려고 했다. 초구를 허투루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도 그런 자세로 임했다”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9회초 1사 2, 3루에서 김하성을 고의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전 타석(7회초)에서 홈런을 쳤던 김하성을 거르는 건 당연한 선택이었다. 다만 그 뒤에 있던 러셀로선 자존심이 퍽 상할 수도 있었다.
러셀은 이에 대해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난 새로운 리그에 왔다. 존중을 받으려면 더욱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 야구의) 문화에 맞게 적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자신은 있었다. 큰 타구를 노리는 것보다 내가 해야 할 일만 하자고 마음먹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러셀의 합류로 키움의 내야는 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팀 내 수비 능력이 가장 뛰어난 김혜성이 외야수로 뛰어야 할 정도다. 김하성도 3루수로 뛰는 횟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1루수 박병호, 2루수 김혜성, 3루수 김하성과 호흡을 맞춘 유격수 러셀은 “함께 뛰어보니까 확실히 우리 팀의 내야가 탄탄하더라. 1루수, 2
그러면서 그는 “(다음 경기엔) 새로운 걸 보여주는 것보다 (시즌 끝까지) 꾸준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라고 힘줘 말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