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승패를 떠나 한 방을 친다면 앞으로 팀 분위기가 매우 좋을 것 같다.”
손혁 키움 감독이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에디슨 러셀에게 바라던 ’한 방‘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 가운데 러셀은 안타를 2개나 쳤고 사구로 걸어 나갔다. 분명한 건 흐름을 바꿨다. 러셀의 안타는 키움 역전승의 ’도화선‘이었다.
테일러 모터의 대체 외국인 타자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러셀은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3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첫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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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슨 러셀은 28일 KBO리그 잠실 두산전에서 4타수 2안타 1사구 2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키움의 역전승을 도왔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
이정후, 박병호와 중심 타선을 이뤘으며 2루수 김혜성, 3루수 김하성과 내야 수비를 책임졌다. 고정된 건 아니다. 최적의 조합을 찾는 과정이다. 우선 러셀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유격수로 뛰게 한 것.
손 감독은 “(기존 내야수와 호흡할 시간이 부족해 수비) 실수가 한, 두 차례 나올 수 있을 텐데 믿음이 가는 선수다. 좋은 퍼포먼스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답게 수비 능력이 탁월했다. 내야 땅볼 타구를 어렵지 않게 처리했다. 키움 내야에 확실히 안정감이 더해졌다.
공격도 우수하다. 퓨처스리그 타율이 무려 0.833였다. 1·2군의 실력 차가 있다 해도 러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실전 감각이 부족한 상태였다.
다만 KBO리그에서 처음 만난 투수부터 ’너무 센 상대‘였다. 두산 선발투수는 ’10승‘ 라울 알칸타라였다. 21일 경기만큼 알칸타라의 공은 묵직했다. 러셀은 공을 배트에 맞혔으나 처음 두 번의 타석에선 좌익수 뜬공(1회초)과 2루수 땅볼(4회초)로 물러났다.
하지만 러셀도 마냥 당하지 않았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러셀은 세 번째 타석(6회초)에 KBO리그 1호 안타를 때렸다. 초구부터 반응했다. 알칸타라의 151km 속구를 공략해 우익수 박건우 앞으로 타구를 날렸다.
에릭 요키시가 5회말에 김재환에게 2점 홈런을 맞아 0-2로 끌려가던 상황이었다. 6회초 무사 1, 2루의 기회. 키움은 이를 2-2 동점으로 만들었다. 이정후의 진루타에 이어 박병호의 타구를 2루수 최주환이 포구 실책을 범해 1점을 만회했다. 그 사이 러셀은 2루까지 갔다.
그리고 박동원의 안타와 김혜성의 희생타로 홈까지 밟았다. 베이스러닝도 나쁘지 않았다. 여유 있게 슬라이딩하며 세이프.
알칸타라의 구위에 눌려있던 키움은 러셀의 안타 뒤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상승세를 탔다. 그리고 한 방이 터졌다. 김하성이 7회초 2사 후 두산의 세 번째 투수 홍건희를 상대로 역전 홈런(1점)을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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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슨 러셀은 28일 KBO리그 잠실 두산전에서 4타수 2안타 1사구 2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키움의 역전승을 도왔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
두산은 1사 2, 3루에서 김하성을 고의 4구로 거르고 러셀과 대결을 택했다. 판단 미스였다. 러셀은 이번에도 ’초구‘를 노렸다. 3루수 허경민과 유격수 김재호 사이로 빠르게 날아가는 안타였다.
주자 2명이 홈을 밟으면서 스코어는 5-2가 됐다. 사실상 승부의 추는 기울었다. KBO리그 첫 경기부터 1호 안타, 득점,
광주 kt-KIA전이 폭우로 노게임이 돼 키움은 이날 6-2 승리로 40승(31패) 고지를 밟으며 3위 자리를 탈환했다. 그리고 2위 도약 발판의 계기를 마련했다. 두산(40승 29패)과 승차는 1경기로 좁혀졌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