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관리가 잘 되고 서비스도 좋아요. 그리고 전통적으로 유명한 회원제 골프장이잖아요. 가격은 계속 오를 것 같고 이것 저것 따져보면 회원권을 사는게 골프 치면서 재테크까지 한다고 생각했죠."
최근 투자할 곳을 고민하던 A씨는 한때 '황제 회원권'으로 불렸던 남부CC 회원권 구매를 결정했다. 7월 중순 남부CC 회원권 가격은 10억원. A씨는 "세금이나 이용가치를 따져도 훨씬 유리하고 아내와 함께 저렴하게 골프도 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 결정했다"며 "금액도 때마침 주택 처분 금액과 맞아서 이왕이면 좋은 곳으로 구매하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회원권 구매후 일주일만에 5000만원이나 더 오르자 A씨는 "돈 벌면서 골프 치는 느낌"이라며 재테크를 잘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금리로 인해 시중에 풀린 뭉칫돈이 골프 회원권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레저 수요가 골프로 한꺼번에 몰리며 실제 골프장을 이용하면서 투자도 하는 조건이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8년 골프 호황기 이후 급격히 하락했던 골프 회원권 가격이 마침내 다시 '10억원'을 돌파했다. 그야말로 '황제 회원권'의 귀환인 셈이다. 가장 먼저 '10억원 시대'가 다시 왔음을 알린 곳은 남부CC와 이스트밸리다. 올해 8억 2000만원으로 출발한 남부 회원권은 27일 현재 10억 5000만원을 기록했고 이스트밸리 회원권 가격도 정확하게 10억원을 찍었다.
실로 12년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골프 회원권 가격이 폭락하기 이전 2008년 남부 회원권은 21억5000만원까지 상승하며 한국에서 가장 비싼 회원권 타이틀을 얻은 바 있다. 이스트밸리도 최대 16억 2500만원(2007년 9월)까지 뛰었었고 남촌도 2008년에 17억50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렉스필드, 레이크사이드, 가평베네스트 등 모두 6곳 골프장이 당시 회원권 가격 10억원을 넘기며 '초고가 회원권' 시장을 형성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황제 회원권'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몸값은 급락했다. 2018년 2월 남부 회원권은 6억1000만원으로 최고가 대비 무려 15억4000만원이나 하락했다. 이스트밸리도 2014년 11월 6억 2000만원까지 떨어지며 최고가 대비 10억500만원이나 가격이 폭락했고 남촌 회원권도 2014년 4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자존심을 구겼다. 또 '곤지암 3인방'으로 불렸던 렉스필드 회원권도 한때 13억 4500만원까지 올랐지만 2014년 2월에는 3억 500만원이라는 초라한 몸값을 기록하기도 했다.
골프장 회원권 시장이 다시 호황을 맞게 된 건 작년부터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2030세대 골프인구 증가로 회원권 가격 회복이 시작됐다. 10년간 골프장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60여 곳 안팎의 회원제 골프장이 문을 닫거나 대중제로 전환하며 회원권 자체가 줄어든 것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사라진 회원권만 4만여장에 달할 정도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골프산업 활황으로 회원권 시장으로 뭉칫돈이 몰리게 된 것.
이현균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애널리스트는 "초고가 회원권 시장의 가격 상승을 이끈 것은 역시 매물 증가"라며 "시중에 부동자금이 많아지고 부동산을 처분한 일부 개인들이 초고가 회원권을 구매하기 위해 알아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기업 사정이 어려워진 항공사·호텔·카지노 등이 보유하고 있던 초고가 회원권을 내놓으며 거래가 활발해지고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회원권을 파는 기업도 시세가 올라가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굉장히 아까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원권 시세를 주가처럼 만든 에이스회원권 지수(ACEPI)도 9년만에 '1000포인트 돌파'를 앞두고 있다. 2005년 1월 1일의 회원권 시세를 기준으로 하여 (1000P) 매일의 호가 등락을 표시한 회원권 시세 표준화 지수인 에이스회원권 지수는 골프 호황기였던 2008년 1700포인트까지 치솟았지만 2011년 8월 12일 999.4포인트로 하락하며 처음으로 1000포인트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무려 9년만에 다시 1000포인트 복귀를 눈앞에 두고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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