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검빨(빨간색 상의+검정색 하의) 유니폼의 마법이다. KIA타이거즈가 과거 해태(KIA 전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검빨 유니폼을 입고 3위를 질주했다. 무엇보다 늪과도 같았던 지긋지긋한 일요일 9연패에서도 탈출했다. 이젠 2위 자리도 정조준하고 있다.
KIA는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홈경기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8-5로 이겼다.
1회초 먼저 점수를 내준 KIA는 0-1로 뒤진 1회말 삼성 1루수 이성규의 송구 실책에 등에 업고 경기를 뒤집었다. 1사 만루 기회에서 김민식의 유격수 키를 넘기는 1타점 적시타가 나왔다. 이때 1루수 이성규가 홈으로 공을 던진 것이 원바운드 되면서 뒤로 빠졌다. 그 사이 주자 2명이 더 들어오면서 3-1로 앞서나갔다.
↑ KIA타이거즈가 26일 광주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8-5로 승리하며, 4연승을 질주했다. KIA선수들이 승리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
6회초 삼성 이성곤에 투런홈런을 내주고, 7회초 이학주의 적시타로 1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한 KIA는 1점 차 상황에서 삼성의 공격을 끊었고, 8회말 2사 1, 2루에서 최형우가 2타점 중월 2루타를 터뜨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승리로 KIA는 최근 4연승을 거둔 동시에 일요일 9연패 기록을 마감했다. 반면 삼성은 4연패를 당했다. KIA는 37승 29패로 3위 자리를 지켰다. 4위 키움 히어로즈(39승 31패)와 경기 차는 없지만, 승률에서 앞선 3위다. 2위 두산 베어스(40승 28패)와는 2경기 차까지 좁혔다. 이젠 2위 자리까지 넘보는 호랑이 군단의 무서운 질주다.
특히 일요일만 되면 맥을 못추던 KIA가 지긋지긋한 연패에서 벗어난 게 소득이었다. KIA는 일요일 9연패를 이어오고 있었다. 한 주간 마지막 경기에서 계속 패하며 찜찜한 느낌을 이어가던 KIA였다.
검빨 유니폼의 위력이라고 의미를 부여해볼 수도 있겠다. 과거 9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구축했던 해태의 향기가 나는 최근 KIA의 질주다. 올 시즌 KIA는 올드유니폼을 부활해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4차례 입고 나왔다. 지난달 20~21일 입고 나와서 1승 1패를 기록했고, 이번에는 25~26일 착용해 모두 이겼다. 특히 25일 경기에서는 해태 왕조의 에이스였던 선동열 전 감독이 시구를 하는 뜻깊은 장면도 있었다. 그리고 해태의 후예들 답게 짜릿한 역전극을 만들었다. 0-2로 뒤진 상황에서 7회말 동점을 만들었고, 8회말 대거 6득점을 올리며 승부를 갈랐다. 검빨 유니폼 착용 전적은 3승 1패다.
과거 해태 왕조의 일원이었던 이강철 kt위즈 감독은 앞서 검빨 유니폼 착용 소식을 듣고서 “상대팀이 보기만 해도 짜증난다고 했다”며 껄껄 웃었다. 비록 더운 여름에는 검은 바지가 햇빛을 모두 흡수하고, 당시 유니폼 기술이 떨어져 바지가 땀을 흡수하지 못해 하체가 무거워지는 악조건이 있었지만, 타
올 시즌 KIA도 마찬가지다. 맷 윌리엄스 감독 체제로 시작해 다시 강팀의 면모를 찾아가고 있다. 검빨 유니폼을 입고 2위를 정조준 하는 오름세도 그냥 우연이 아니다. 과거 해태 왕조의 DNA가 꿈틀거리고 있는 KI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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