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세인트 피터스버그) 김재호 특파원
새로운 팀에서 첫 발을 딛는 류현진(33), 이 한 가지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이 드디어 2020시즌에 나선다.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4년 8000만 달러 계약의 첫 해를 시작한다.
선수는 "달라진 것은 유니폼을 바꿔 입은 것 하나"라고 말했지만, 그 유니폼 하나를 바꿔 입음으로서 바뀐 것들이 많다. (어차피 내셔널리그도 도입되기는 했지만) 지명타자를 상대해야 하고, 뉴욕 양키스, 탬파베이 레이스 등의 강팀을 자주 만나야하며 캠든 야즈같은 타자 친화 구장에도 익숙해져야한다. 2020년은 특별히 보너스(?)로 홈경기조차 다른 동네에서 해야한다(심지어 전경기를 원정 구장에서 치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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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이 마침내 토론토에서 첫 등판에 나선다. 이전과는 많이 다른 상황을 경험할 것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여기서 이어지는 결정적인 차이. 다저스 시절 류현진은 다른 선수에게 의지할 수 있었지만 토론토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은 다른 선수들의 의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블루제이스는 나름대로 선발진 보강을 했다. 얼마나 보강을 했냐면 지난 시즌 팀내 최다 이닝을 소화한 트렌트 손튼이 5선발 경쟁을 해야할 정도였다. 그래서 영입한 선수가 체이스 앤더슨과 태너 로어크다(이들은 지금은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은 조시 린드블럼에게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여기에 지난 시즌을 무릎 부상으로 날렸던 맷 슈메이커가 돌아왔다.
이 선수들을 모욕하자는 것은 아니다. 현실을 보자는 것이다. 이들은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워커 뷸러가 아니다. 앤더슨은 이미 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했다. 슈메이커는 지난 2년간 팔과 무릎 부상으로 12경기 등판에 그쳤다. 로어크는 4년 연속 3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하며 내구성은 증명된 선수이지만, 최근 3년간은 4점대 평균자책점에 그쳤다.
이들이 제일 잘했을 때 모습을 보여줘 함께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어간다면 최상의 경우다. 그런 일만 일어난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현실은 다르다. 결국은 류현진이 로테이션을 이끌어야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 모두가 그만 바라보는 상황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선발 투수에게는 적지않은 부담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좌완 마이크 마이너는 "지난 시즌 함께 뛴 선발들을 불쾌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에는 내가 나오는 날마다 ’이 경기는 이겨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로테이션을 이끄는 입장에서 느끼는 부담감에 대해 말했다.
류현진의 팀 동료였던 그레인키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 2015년 커쇼와 함께 원투펀치를 이루며 부담을 덜어낸 그는 19승 3패 평균자책점 1.66의 좋은 성적을 낸 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6년간 2억 650만 달러에 계약했다. 다시 팀의 1선발 역할을 맡은 그는 계약 첫 해 부상까지 겹치며 158 2/3이닝을 던져 13승 7패 평균자책점 4.37을 기록한 것에 만족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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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저스 시절 류현진은 커쇼라는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사진= MK스포츠 DB |
’한 번도 없었다’는 조금 과격한 표현이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2018년 디비전시리즈 1차전, 2019년 개막전을 보지 못했거나 그때 선발로 나온 선수가 다른 선수라고 착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그가 다저스에서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팀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지금까지 대형 FA 계약을 맺은 수 많은 선수들이 이같은 부담감과 싸워왔다. 일부는 처참하게 패했고, 일부는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이 어떤 결과를 거둘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알아둘 것은 이런 싸움이 어색하지 않을만큼 단맛 쓴맛 모두 다 맛본 선수라는 것이다.
류현진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발 투수들이 똑같은 위치에서 경기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에이스고, 누가 5선발이고 이런 것은 따지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하고 경기에 임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위치에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만 할 수 있게끔 생각할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찰리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은 괜찮을 것이다"라며 그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플레이오프 때 다저스타디움에서 4만 관중 앞에서도 던졌던 투수다. 괜찮을 것이다. 그를 영입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프런트가 해낸 아주 대단한 일이었다. 느낌이 정말 좋다. 우리는 개막전에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을 마운드에 올린다. 그는 지난 시즌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었다. 이것은 확실하다"고 힘주어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