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세인트 피터스버그) 김재호 특파원
메이저리그 개막전 선발. 매년 딱 30명의 선수만이 얻을 수 있는 자리다. 2020년 이 영광의 자리를 차지한 선수들을 만나보자.
'명불허전' 개막전의 사나이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저스틴 벌랜더는 이번이 벌써 12번째 개막전 선발이다. 지난 시즌 34경기에서 21승 6패 평균자책점 2.58의 성적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그는 휴스턴의 시작을 책임진다. 지난 3월 옆구리와 사타구니 근육을 다쳐 개막전 선발 등판이 무산될 위기를 맞았지만, 시즌 개막이 연기되면서 다시 기회를 얻었다. 개막전 선발 12회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그로버 클리블랜드 알렉산더, 버트 블리레벤과 함께 공동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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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랜더는 이번이 12번째 개막전 등판이다. 사진=ⓒAFPBBNews = News1 |
커쇼와 맞붙을 조니 쿠에토도 이번이 다섯 번째 개막전 등판이다. 2019년 대부분을 토미 존 수술 이후 재활로 시간을 보냈던 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신시내티 레즈 개막전 선발로 나선 경험이 있다.
2020시즌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먼저 마운드로 달려가게 될 투수인 워싱턴 내셔널스의 맥스 슈어저는 이번이 그의 다섯 번째 개막전 선발이다. 3년 연속 워싱턴의 시즌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애런 놀라는 3년 연속 개막전에 나선다. 로이 할라데이(2010-12)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필리스 투수로 기록됐다. 신시내티 레즈의 소니 그레이, 캔자스시티 로열즈의 대니 더피도 통산 세 번째 개막전을 앞두고 있다.
노력의 보상
개막전 선발은 그 팀을 대표하는 투수이며, 동시에 지난 시즌 최고의 모습을 보인 투수에게 부여하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뉴욕 메츠의 제이콥 디그롬은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의 기세를 몰아 이번에도 개막전 선발의 영광을 안았다. 캠프 기간 잠시 부상으로 투구를 중단하기도 했지만, 바로 재개했고 개막전 마운드에도 오르게 됐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랜스 린은 지난해 16승 11패 평균자책점 3.67로 활약한 결과 마이크 마이너, 코리 클루버를 제치고 개막전 선발이 됐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지난해 중반부터 이에 대해 생각했다. 마이너와 린 둘 중 하나를 개막전 선발로 기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린은 옛 홈구장 글로브라이프파크의 마지막 경기와 새구장 글로브라이프필드의 첫 경기에 동시에 선발 등판하는 진기록도 세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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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튼은 33세 나이에 첫 개막전 선발로 나서게 됐다. 사진=ⓒAFPBBNews = News1 |
3년 연속 존 레스터를 개막전 선발로 냈던 시카고 컵스도 올해는 카일 헨드릭스에게 중책을 맡겼다. 헨드릭스는 지난해 컵스 선발중 가장 낮은 3.4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개막전 선발 자리를 쟁취했다. 그의 첫 개막전 등판이다.
사이영상 경쟁의 '다크호스'로 불리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호세 베리오스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팀의 개막전 선발을 맡았다. 지난해 개막전에서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상대로 7 2/3이닝 10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팀 최다 이닝과 탈삼진을 기록한 콜로라도 로키스의 헤르만 마르케스, 팀의 유일한 규정 이닝 소화 선수였던 시애틀 매리너스의 마르코 곤잘레스, 팀내 최다 선발 등판을 기록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매튜 보이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4위에 올랐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쉐인 비버, 지난해 전혀 다른 투수로 각성했던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루카스 지올리토, 지난해 11승으로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최다승을 거둔 브랜든 우드러프, 팀내 최다 이닝을 소화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조 머스그로브, 마이애미 말린스를 대표해 올스타에도 출전했던 샌디 알칸타라, 오클랜드에서 맞붙을 LA에인절스의 앤드류 히니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프랭키 몬타스 등도 첫 개막전 선발 등판의 영광을 안았다.
처음뵙겠습니다
개막전 선발은 주로 지난 시즌 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편이지만, 새로 합류한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기도 한다. 지난겨울 유난히 뜨거웠던 선발 FA 시장을 반영하듯, 세 명의 에이스가 새로운 팀에서 개막전 선발 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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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키스와 9년 계약을 맺은 콜은 첫 해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 사진=ⓒAFPBBNews = News1 |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5년간 8500만 달러에 계약한 매디슨 범가너도 새로운 팀에서 개막전 선발을 맡았다. 그에게는 익숙한 역할이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다섯 차례 개막전 선발로 나섰다. 이중 세 번이 현재 소속팀 애리조나를 상대한 것이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도 개막전에 나선다. 4년 8000만 달러에 블루제이스와 계약한 그는 팀의 로테이션을 이끌어야하는 중책을 안았다. 지난해 다른 선수들의 부상으로 개막전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다면, 올해는 발표만 늦어졌을뿐 모두가 그를 개막전 선발로 예상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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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로카는 22세 355일의 나이로 개막전 마운드에 선다. 사진=ⓒAFPBBNews = News1 |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개막전 선발 마이크 소로카는 22세 355일의 나이로 등판, 1900년대 이후 브레이브스 구단 역사상 최연소 개막전 선발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기록 전문 업체 '엘리아스 스포츠'에 따르면, 그는 1878년 개막전에 나선 토미 본드 이후 가장 어린 나이를 기록했다. 소로카는 풀타임 선발로 처음 나선 지난해 13승 4패 평균자책점 2.68의 성적을 기록하며 이 자리를 따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잭 플레어티도 24세 283일의 나이에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 1989년 24세 나이로 개막전에 나선 조 매그레인 이후 가장 어린 카디널스 개막전 선발 투수다. 지난해 33경기에서 11승 8패 평균자책점 2.75를 기록하며 이 자리를 따냈다. 마이크 쉴트 감독은 지난 3월 캠프 당시 일찌감치 그의 개막전 선발을 예고했다. 당시 웃긴 일이 하나 있었는데, 감독이 이같이 발표하자 한 기자가 '이유가 뭔가?'라고 되물었고, 쉴트는 이렇게 받아쳤다. "정말로 몰라서 묻는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크리스 패댁도 24세 198일의 나이로 개막전 선발에 나서게 된다. 구단 역사상 네 번째로 어린 나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었떤 지난해 26경기에서 9승 7패 평균자책점 3.33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그 결과 기회를 얻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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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일론은 민스를 대신해 개막전 선발 등판한다. 사진=ⓒAFPBBNews = News1 |
대타로 개막전 선발에 나서는 선수들도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네이던 이볼디에게 개막전 선발을 맡긴다. 원래 개막전 선발이 유력했던 크리스 세일이 토미 존 수술로 이탈했고, 그 다음 유력 주자였던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으로 아직까지 팀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보스턴과 계약 연장 이후 23경기(선발 12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5.99로 부진했던 그이지만, 이번에 만회할 기회를 얻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토미 마일론은 원래 선발이 예정됐던 존 민스를 대신해 나선다. 지난해 올스타에 뽑혓던 민스는 팔 피로증세로 인해 개막전 등판이 불발됐다. 33세 베테랑인 마일론은 지난해 시애틀 에서 23경기(선발 6경기)에 나와 4승 10패 평균자책점 4.76을 기록했다. 선발 등판이 6경기에 불과함에도 111 2/3이닝을 던진 것은 오프너 이후에 나온 경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 2020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 선발 매치업(한국시간)
24일
양키스(게릿 콜) vs 워싱턴(맥스 슈어저)
샌프란시스코(조니 쿠에토) vs 다저스(클레이튼 커쇼)
25일
토론토(류현진) vs 탬파베이(찰리 모튼)
피츠버그(조 머스그로브) vs 세인트루이스(잭 플레어티)
콜로라도(헤르만 마르케스) vs 텍사스(랜스 린)
애틀란타(마이크 소로카) vs 뉴욕 메츠(제이콥 디그롬)
디트로이트(매튜 보이드) vs 신시내티(소니 그레이)
말린스(샌디 알칸타라) vs 필라델피아(애런 놀라)
밀워키(브랜든 우드러프) vs 컵스(카일 헨드릭스)
캔자스시티(대니 더피) vs 클리블랜드(쉐인 비버)
볼티모어(토미
미네소타(호세 베리오스) vs 화이트삭스(루카스 지올리토)
애리조나(매디슨 범가너) vs 샌디에이고(크리스 패댁)
시애틀(마르코 곤잘레스) vs 휴스턴(저스틴 벌랜더)
에인절스(앤드류 히니) vs 오클랜드(프랭키 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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