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안준철 기자
“실투가 들어와서 친 게 잘 빠진거죠.”
‘잠실 아이돌’ 정수빈(30·두산 베어스)는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찔한 순간이기도 했다.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정수빈은 전날(21일) 키움전 6회말을 돌아봤다.
전날 경기는 양 팀의 에이스 맞대결이었다.
키움은 에릭 요키시, 두산은 라울 알칸타라가 마운드에 올랐다. 6회초까지 0-0으로 진행됐다. 정수빈은 6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정수빈에게는 보내기 번트 사인이 내려졌다. 그런데 아뿔싸, 초구는 스트라이크였고, 2구째 파울이 나왔다. 스리번트의 부담도 있고, 그냥 아웃될 경우 분위기가 가라 앉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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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실 아이돌로 불리는 두산 베어스 정수빈. 사진=천정환 기자 |
김태형 두산 감독은 “어쨌든 결과가 좋으니, 앞에 두 차례 번트 실패는 잊어버렸다”며 껄껄 웃었다.
정수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가 그래도 빠르니, 맞히기만 하면, 병살은 안 될거라 생각했다. 물론 어떻게든 주자를 2루로 보낸다는 생각이 강했다. 운 좋게도 투수가 실투를 던졌고, 운 좋게 (타구가) 빠지는 바람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결과론이지만, 더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번트를 많이 대는 스타일인데, 1점 싸움에서 실패했으면 분위기가 안 좋을 수 있었다. 어쨌든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라며 웃었다.
최근까지 정수빈은 타격에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시즌 타율은 21일 키움전까지 0.268. 다만 최근 타격감이 좋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375로 꽤 뜨겁다. 다만 김태형 감독은 최근 광주 원정에서 정수빈이 타격에 변화를 주려 하기에 한소리 했다. 그런데 정수빈은 “혼난 기억이 없다. 감독님께서 믿고 기용해주시고 있고, 당연히 감독님도 더 잘되라고 하시는 말씀이라 신경은 안쓴다. 못할 때도 한심한 생각도 들지만,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건 아니니까 후회는 안한다”고 덤덤히 말했다.
타격에서도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정수빈이지만, 그의 중견수 수비는 리그 최고 수준이다. 정수빈도 자신의 수비에 자부심이 넘쳤다. 그는 “수비에서는 기복 없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내 장점은 수비다. 수비로 인해서 2~3경기만 이겨도 팀에 도움이 된다. 수비는 항상 잘하고 싶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넓은 범위의 수비는 자신감이 만든 결과물이었다. 정수빈은 “따로 연습 방법은 없다. 수비에서만큼은 내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고, 지금까지 버텨왔다”며 “수비는 누구한테 지고 싶지 않다. 수비만큼은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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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정수빈이 22일 잠실구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안준철 기자 |
이제 무더운 여름과 빡빡한 일정으로 선수들은 지치기 마련이다. 정수빈은 멀쩡했다. 그는 “몸에 근육이 붙으면 경기에 지장을 주고, 시즌 때 근력운동을 했던 해에는 결과도 좋지 못해서 이제는 시즌 도중 웨이트트레이닝을 하지 않는다”며 “비시즌 때와 스프링캠프에 가기 전까지만 한다. 트레이닝 코치도, 감독님도 그것을 알지만 뭐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물론 더운 여름 체력관리비법이 없진 않았다. 정수빈은 “사실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비타민과 경기 뒤 맛있는 것을 먹고 잘 자는 평범한 생활이 체력유지의 방법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치료실에서 치료를 거의 안 받는 선수다. 운동은 어차피 매일 해야하지 않나. 그날 다치면, 다음 날 또 다친다. 어
어쨌든 수비를 앞세운 정수빈의 활약에 두산은 리그 최상의 센터라인을 구축하며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22일 현재 리그 2위다. 두산과 정수빈의 활약이 더욱 뜨거워질 관심이 모아진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