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신인 투수' 김광현은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어떤 역할을 맡게될까?
마이크 쉴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21일(한국시간) 훈련을 마친 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등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광현의 불펜행을 발표했다.
김광현은 이번 여름 캠프 세 차례 투구에서 이닝을 끌어올리며 선발 투수로서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다른 역할을 맡게됐다. 구단은 김광현의 '낯설음'이 아닌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의 '경험'을 무기로 택했다. 마르티네스가 선발 복귀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김광현은 불펜에서 2020시즌을 시작한다. 사진= MK스포츠 DB |
세인트루이스는 현재 마무리가 공석이다. 지난 시즌 마무리였던 마르티네스가 선발로 자리를 옮겼고, 토미 존 수술 이후 재활중이던 조던 힉스는 시즌내 복귀가 기대됐지만 부상이 재발해 시즌 참가를 포기했다. 라이언 헬슬리, 지오바니 갈레고스 등이 마무리 후보로 언급됐지만, 김광현이 이 경쟁에 참가했다.
그에게 선발 진입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그의 불펜행은 처음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카디널스는 그와 2년 계약을 맡을 때부터 선발, 불펜으로서 인센티브 조항을 모두 포함시켰다. 그와 SK와이번스에서 함께 뛰었던 제이미 로맥도 김광현이 한국시리즈에서 불펜으로 등판했던 당시를 언급하며 "당시 그는 151~155킬로미터의 강속구와 정말 좋은 슬라이더를 던졌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경기 후반 필승조로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
김광현은 3월 스프링캠프와 이번 여름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투구 모습을 지켜본 동료들은 일제히 "좌타자를 상대로 디셉션(숨김 동작)이 좋다"며 이 낯선 투수에 대한 좋은 평가를 남겼다. 카디널스는 이 '낯설음'이라는 무기를 불펜에서 극대화하기로 결정한 모습이다.
감독은 마무리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60경기로 치러지는 초단기 시즌에서 불펜 보직은 의미가 없어보인다. 매 경기가 '총력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쉴트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도 그의 위력을 확인한 이상, 불펜에서 그를 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선발로 돌아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기존 선발중 이탈자가 생긴다면 대기 번호 1순위는 김광현의 몫일 것이다.
김광현은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팀에 맞게 카멜레온같이 색깔을 바꿔 중간으로 잘 해야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는 말을 남겼다. 이제 그 말을 행동으로 옮길 때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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