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안우진(21·키움 히어로즈)이 이틀 만에 ‘인천 8회 악몽’에 또 다시 무너졌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키움의 투수 운영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키움은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와이번스전에서 3-4로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 흐름은 17일과 비슷했다. 17일 SK전에서도 8회 오른 안우진이 4실점하면서 역전을 허용했고, 그대로 경기를 내줬다. 이날도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8회 안우진이 올랐는데, 4실점하고 말았다. 두 경기 모두 패전투수는 안우진이었다.
안우진으로서는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인천 8회의 충격이었다. 하지만 꼭 8회 안우진이 마운드에 올라야 했는지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 인천에서의 8회는 올 시즌 키움 안우진에게 트라우마로 자리잡게 된 상황이다. 사진=MK스포츠 DB |
선발 제이크 브리검이 5회만 던지고 내려간 상황에서 3-0으로 앞선 6회말은 조성운(31)이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7회 올라온 김재웅(22)은 2아웃을 잘 잡고 볼넷 2개를 연거푸 내줬다. 여기서 키움은 양현을 택했다. 양현은 최지훈을 공 3개 만에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불을 껐다. 그래도 아웃카운트 6개가 남은 상황이었다. 8회는 양현으로 계속 가고, 9회에 안우진이 마운드에 오르는 그림이 그려졌다. 양현이 공 3개만 던진 상황이라 1이닝을 책임지는 건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8회 안우진이 올라왔다. SK 공격이 2번타자 최준우부터 시작되는 것을 감안한 선택처럼 보였다. 그러나 안우진의 제구는 흔들렸다. 최준우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다만 안우진은 까다로운 상대인 최정과 제이미 로맥을 각각 좌익수 뜬공, 삼진으로 잡으며 순식간에 2사 1루를 만들었다. 150km의 강속구를 꽂아넣으며 이틀 전 충격을 씻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제구가 흔들렸다. 한동민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이틀 전 자신을 울린 채태인이 대타로 나서자, 또 볼넷을 허용하며 만루를 자초했다. SK는 다시 대타 정진기를 내세웠다.
여기서 이날 가장 아쉬운 장면이 연출됐다. 정진기가 볼카운트 1-2에서 떨어지는 공에 헛스윙울 했다. 하지만 안우진의 투구가 뒤로 빠져 낫아웃이 됐고 모든 주자들이 출발했다. 3루 주자 최준우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고 이지영에게 공을 건네받은 안우진이 태그를 시도했지만 유덕형 주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이에 손혁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리플레이 상으로는 안우진의 글러브는 최준우의 몸이 아닌 땅을 찍었다. 하지만 주자가 가득 찬 상황이었기에 판독관은 태그 플레이가 아닌 포스 아웃 여부를 확인했다. 낫아웃 상황이기에 태그 플레이가 아니라 포스 아웃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3분 동안 판독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느린 그림 상 안우진의 발끝이 홈 플레이트를 스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안우진의 발이 홈 플레이트 확실히 찍으면 이닝이 끝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판독 불가로 원심 유지 판정이 나온 것이다. 찰나의 상황이라 선수들도 태그 플레이와 포수 아웃을 혼동할 수 있었지만, 분명 안우진의 판단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손혁 감독은 반발했다. 코치들의 만류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물병을 집어던지는 등 격한 반응이 나왔다. 결국 흐름은 SK 쪽으로 넘어갔고, 안우진은 또 다시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SK는 계속된 2사 만루에서 대타 최항을 내세웠고, 최항의 2타점 적시타를 때려 3-3 동점을 만들었다. 키움은 그제야 안우진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윤정현(27)을 투입했다. 하지만 윤정현도 김성현에 적시타를 허용, 역전과 함께 안우진은 4실점을 기록했다. 키움의 9회초 공격이 무득점으로 끝나며 안우진은 패전투수가 됐다. 9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던 안우진은 2경기 연속 4실점으로
1차적으로 마무리 조상우가 등판할 수 없는 상황에서 키움의 8회 투수 선택이 가장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믿었던 안우진의 붕괴 또한 키움에도 큰 충격이 됐다. 물론 안우진 또한 인천 8회 악몽은 큰 트라우마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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