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미안하고 고맙다.”
차우찬(33·LG)은 ‘쌍둥이 군단 국내 투수 에이스’라는 호칭에 부담감과 거부감을 갖지 않았다. 자신의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제 몫을 하지 못했다는 책임감에 허리를 숙였다.
LG가 18일 살얼음판을 걸은 끝에 한화를 3-1로 이겼다. 정우영이 9회말 2사 후 급격히 흔들렸으나 만루 위기를 막아냈다. 한화전 8연승과 함께 4위 KIA와 승차를 0.5경기로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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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찬은 18일 KBO리그 잠실 한화-LG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41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사진(서울 잠실)=김재현 기자 |
승리만큼, 아니 승리 이상으로 값졌던 차우찬의 선발승이었다.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열흘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던 차우찬은 7이닝 5피안타 3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6회초 무사 1, 2루 상황을 자초했으나 브랜든 반즈를 삼진, 최진행을 병살타로 처리했다.
반전이었다. 6월 19일 잠실 두산전 이후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80에 달했던 차우찬이다. ‘1군 엔트리 말소’를 자원했던 그는 열흘의 숨 고르기 끝에 180도 달라졌다. 류중일 감독을 반색하게 만드는 호투였다.
최근 6실점 이상을 세 차례 기록했던 차우찬이다. 상대는 팀 타율 1·2위 두산, kt였다. 특정 팀에만 약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이에 차우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우찬은 “두산, kt가 강한 것도 있으나 스스로 무너졌다는 게 내 느낌이었다. 코칭스태프도 같은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개인 성적의 부진으로 팀 성적까지 동반 하락했기에 더욱 ‘쉼표’가 필요했다. 차우찬은 “내가 등판하면서 연패를 끊지 못하거나 연패가 길어졌다. 생각처럼 야구가 안 됐다.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다음 경기를 생각했을 때, 이대로 등판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휴식을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팀과 개인에게 모두 잘된 일이 됐다”라고 밝혔다.
엄청난 훈련량에 비 오듯 땀을 흘린 건 아니었다. 차우찬에게 필요한 건 다른 것이었다. 그는 “처음 며칠은 공도 잡지 않고 쉬기만 했다. 열흘의 시간 동안 잠실야구장에서 김현욱 코치님과 착실하게 준비했다. 하체가 부실해졌다는 생각에 이 부분에 신경을 썼다. (투구도 자제하며) 캐치볼, 섀도피칭에 집중한 게 도움이 됐다”라고 전했다.
정신적으로 지쳤던 차우찬은 다시 단단해졌다. 41일 만에 승리투수가 돼 통산 110승도 달성했다. 그는 “경기 막바지 힘들었다. 이번에도 승리를 놓쳤다면 힘이 빠졌을 수도 있으나 선발투수 풀시즌을
이어 “(에이스인 만큼) 내게 기대가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국내 투수들끼리 잘하자고 다짐했는데 내가 가장 못한다”며 웃더니 “미안하고 고맙다. 앞으로 더욱 분발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