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1년 만에 에릭 요키시(31·키움)는 KBO리그 ‘특급투수’가 됐다. 이 얘기에 브랜든 나이트(45) 키움 투수코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작년에도 특급투수였다.”
7월 들어 키움 마운드가 흔들리고 있으나 ‘소나무’ 같은 존재가 있다. 13일 현재 승리(8) 및 평균자책점(1.41) 1위의 요키시다.
12경기에 나가 11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퀄리티스타트를 하지 못했던 5월 6일 광주 KIA전(5이닝 1실점)도 투구수는 66개에 불과했다. 그때 무리하지 않고 ‘관리’를 한 게 호투 퍼레이드의 발판이 됐다.
↑ 에릭 요키시는 두 번째 KBO리그 시즌에 최고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사진=MK스포츠 DB |
2020년 KBO리그에서 요키시만큼 꾸준하게 잘 던지는 선발투수는 없다. 승리(8)·승률(1.000)·탈삼진(82) 1위이자 평균자책점(1.48) 2위의 구창모(23·NC)도 한 차례 조기 강판(6월 25일 수원 kt전 4이닝 5실점 4자책)한 적이 있다.
요키시도 놀라고 있다. 그는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렇게 잘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라며 웃었다. 그렇지만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은 컸다.
요키시는 “나도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선발투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더욱 자신감을 가지려고 했다. 그런 마음가짐과 노력이 지금까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19년 KBO리그에서 첫 시즌을 치렀던 요키시다. 탈삼진(141) 5위, 이닝(181⅓) 7위, 승리(13) 8위, 평균자책점(3.13) 9위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영웅 군단을 5년 만에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키움의 재계약 제안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몸값도 50만 달러에서 70만 달러로 인상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주간 격리 생활도 했고, 시즌 개막도 늦어졌다. 변수가 꽤 많았으나 요키시는 더 강해졌다. KBO리그 적응을 마치면서 심적으로 안정된 게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요키시는 “KBO리그 2년차다. 적응이 끝나면서 심적으로 편안해진 부분이 가장 크다. 팀원들과도 친해졌다. 리그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등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것도 도움이 됐다”라고 전했다.
공도 위력적이다. 투심 패스트볼은 물론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모든 공이 좋아졌다. 타자들이 공략하기 힘든 공이다. 요키시의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89에 불과하다.
나이트 코치는 이에 대해 “요키시가 오프시즌부터 많은 연구를 하면서 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팔의 힘을 늘리는 것과 컨디셔닝에 집중했고, 그 결과 지금은 공에 조금 더 많은 스핀을 줄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키시의 투구는 더욱 다이내믹해졌기 때문에 더 좋아 보일 수 있다. 작년보다 세게 투구하며, 변화구의 브레이킹도 훨씬 좋아졌다”라고 덧붙였다.
배터리 호흡을 맞추는 포수 박동원(30)도 “요키시가 좋은 공을 던져 경기 운영에 도움이 많이 된다”며 “모든 공의 제구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슬라이더의 각이 더 예리하며 속구도 포수 미트에 들어 왔을 때 느껴지는 힘이 더 좋아졌다”라고 이야기했다.
↑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오른쪽)는 노력하는 에릭 요키시(왼쪽)를 ‘반듯한 학생’이라고 표현했다. 사진=MK스포츠 DB |
나이트 코치는 업그레이드된 요키시의 커브를 호평했다. 나이트 코치는 “요키시의 구종이 다 향상됐다.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크게 발전한 건 커브다. 올해는 커브를 좀 더 많이 던지는 방향으로 얘기했는데 지금까지 도움이 잘 되고 있다. 또한, 우타자를 상대로 던지는 커터도 아주 효과적이다”라고 전했다.
모범생 같은 요키시다. 흐트러짐이 없다. 부상, 부진 등으로 전력에서 장기 이탈한 적도 없다. 올해도 76⅓이닝을 책임졌다. 이닝 부문 3위다.
요키시는 “모두가 그렇듯 나 또한 더 나은 시즌을 위해 많이 노력했다”며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고 문제없이 치르기 위해 오프시즌에 많은 운동을 했다. 또한, 시즌 중에도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나이트 코치도 “요키시의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를 보면 ‘반듯한 학생’ 같다.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투구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내가 따로 조언할 부분도 별로 없다. 그가 원하는 것을 하게 맡기는 편이다. 스스로 잘 알고 잘하기 때문이다”라고 칭찬했다.
키움은 외국인 선수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테일러 모터(31)가 성적 부진으로 떠났고, 제이크 브리검(32)은 부상으로 두 달간 이탈했다. 그렇기에 ‘홀로 남은’ 요키시의 활약이 더욱 눈부셨다.
이젠 외롭지 않다. 든든한 아군이 늘었다. 브리검은 14일 NC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르며, 8일 입국해 격리 중인 에디슨 러셀(26)도 7월 말에는 합류할 예정이다.
요키시는 “(외국인 선수 중에) 혼자 남아서 책임감이 더 막중했던 건 아니다. 중요한 두 자리가 비었던 만큼 팀원들이
그러면서 그는 “시즌이 아직 많이 남았다.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욱 많이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