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위즈 주전 마무리 투수 이대은(31)은 현재 퓨처스리그서 조정 등판을 하고 있다. 1군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슬럼프에 잔부상이 겹치며 5월22일 이후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대은은 엔트리서 제외되기 전 3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10.13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강철(54) kt 감독은 콜업의 기준을 분명히 했다. “스피드가 올라오지 않으면 부르지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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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은은 5월 23일 KBO리그 엔트리 말소 후 1군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대은이 패스트볼 스피드가 떨어지며 장기인 포크볼의 꺾임까지 밋밋해졌다는 평가였다.
이대은은 조정 등판 첫 경기였던 5일 KIA전서 최고 145km를 기록했다. 이대은의 시즌 평균 구속이 143km정도이니 스피드는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팀 불펜 사정이 원활치 않은 상황이지만 “좀 더 등판을 두고 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는 이대은의 구속보다 더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마음의 병이다.
이대은의 구위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봐도 차이를 찾기 어렵다.
이대은은 생각처럼 구속이 갑자기 줄어들거나 하지 않았다. 스포츠투아이 투구추적시스템(PTS)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143.3km에서 올 시즌 143.1km로 고작 0.2km 감소했을 뿐이다.
회전수는 오히려 좋아졌다. 분당 회전수가 지난해 2418rpm에서 올 시즌 2670rpm(44.5rpm X 60)으로 크게 향상됐다. 리그 평균 회전수가 2250rpm정도이니 이대은의 회전수가 얼마나 큰 폭으로 올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회전수가 늘어나면 볼 끝이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이 공기 저항을 덜 받으며 덜 떨어져 살아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이대은의 패스트볼은 유의미한 변화를 갖고 왔다.
포크볼의 낙폭도 크게 줄지 않았다. 수직 무브먼트가 6.0cm에서 6.5cm로 변했다. 0.5cm정도 덜 떨어진 셈이다. 크게 신경 쓸 정도의 수치는 아니다.
세부 데이터에서 오히려 지난해보다 구위가 상승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왜 굳이 스피드에 집착하는 듯한 멘트를 했을까.
이대은의 부진이 마음에서 온 것이라는 진단을 했기 때문이다. 구위가 나빠지지 않았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심리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 이대은의 마음의 병을 고치기 위한 조건으로 스피드를 단 것이다. 수치로 보여지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자신감도 회복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스피드가 올라왔다고 감독이 인정하면 투수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감독이 인정한 구위이니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실제 이대은은 세부 데이터상으로는 오히려 패스트볼의 구위가 좋아졌다. 좋아진 구위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은 결국 마음에서 병을 찾아야 한다.
이대은은 과연 어떤 포인트에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을까. 그 시간이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KT의 반격도 힘을 얻을 수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