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모든 건 내 불찰이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미안하다.”
6점 차 리드를 못 지키고 역전패를 한 삼성, ‘허파고’는 패인은 감독 때문이라고 했다. 허삼영 감독은 ‘치명적인 실수’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삼성은 8일 KBO리그 고척 키움전에서 6회초까지 6-0으로 앞섰다. 그러나 6회말 3점, 7회말 4점을 내주며 뼈아픈 6-7로 졌다. 원태인은 6회말 박병호, 장필준은 7회말 이정후에게 각각 3점 홈런을 허용했다.
↑ 허삼영 삼성 감독은 8일 고척 키움전 역전패에 대해 자신의 계산 착오였다고 밝혔다. 사진=김영구 기자 |
원태인과 장필준은 9일 1군 엔트리에 말소됐다. 체력이 떨어진 원태인은 8일 경기 등판 후 체력 관리 차원에서 빠질 예정이었다.
허 감독도 원태인에게 5이닝만 맡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5회말까지 투구수가 80구에 불과하자, 6회말에도 내세웠다. 판단 미스였다. 힘이 떨어진 원태인은 2사 1, 2루에서 박병호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허 감독은 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처음엔 원태인의 6이닝 이상 투구를 고려하지 않았다. 5이닝까지 맡기려다가 투구수가 많지 않아서 욕심을 냈다. 그게 화근이었다”라고 밝혔다.
원태인은 피홈런 후 장필준과 교체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삼성은 장필준 카드를 고수했다.
장필준은 7회말 급격히 흔들렸다. 김혜성의 볼넷과 전병우의 안타 후 서건창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그리고 이정후가 장필준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렸다. 흐름은 바뀌었다.
허 감독은 “2시간30분을 이기다가 마지막 30분을 졌다. 다 내 불찰이다. 모든 걸 쏟았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미안하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이 있었다. 장필준도 잘하고 싶었을 텐데 결과가 좋게 안 나와 안타깝다. 뒤에 우규민을 준비했으나 (최근 등판이 잦아) 긴 이닝을 던지기 힘들었다. 최소 이닝 투구만 가능했다. 그래서 장필준을 이지영 타석까지만 맡간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계산했다”라고 설명했다.
단, 허 감독은 ‘원칙’을 강조했다. 무의미한 불펜 소모를 하지 않겠다는 것. 모든 건 계산 내에서 팀을 운영한다. 쓸데없이 투수가 불펜에서 몸을 풀지 않도록 해 손실이 없애겠다는 뜻이다.
끝으로 허 감독은 장필준에게 용기를 북돋우며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