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안준철 기자
2005년 프로야구에 데뷔한 박병호(34·키움 히어로즈)가 마침내 300홈런 이정표를 지나쳤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군림했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던 박병호이기에 300홈런 고지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박병호는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KBO리그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올 시즌 14호 홈런이자, 자신의 통산 300홈런을 터트렸다.
팀이 1-7로 뒤진 5회초 1사 1루에서 이날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kt 선발 김민수를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125km 슬라이더가 높게 들어오자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정확히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는 위즈파크 상공을 높게 떠가다가 가운데 담장으로 넘어갔다. 비거리 125m짜리 대형 투런홈런이었다.
![]() |
↑ 박병호의 홈런은 언제나 호쾌한 느낌이 든다. 자신의 홈런 타구를 바라보는 박병호의 표정도 항상 비슷하다. 그렇게 박병호는 300홈런을 쏘아올렸다. 그리고 박병호는 KBO 대표 거포가 됐다. 사진=김영구 기자 |
어떻게 보면, 참고 버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을 주목을 받았던 박병호이지만, 프로 초창기는 녹록지 않았다. 2005년 홈런 3개에 그쳤고, 2년 차였던 2006년에는 5홈런을 때렸다. 2006시즌을 마치고는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병역을 해결했다. 그래서 2007~2008시즌은 1군 기록이 없다.
하지만 군에서 전역한 뒤에도 큰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2009시즌 9홈런을 때리면서 잠재력이 터지는 듯 했고, 2010시즌에는 4경기 연속 홈런을 때렸지만, 7개에 그쳤다. 결국 2011시즌 중반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히어로즈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넥센 유니폼을 입고 나서 박병호는 만년 유망주에서 거포로 전혀 딴 선수가 됐다. 2011시즌 13개의 홈런으로 마친 그는 2012년 31개로 홈런왕에 등극했다. 2013년에도 37홈런으로 타이틀을 수성했다. 2014년에는 52홈런으로 50홈런 고지를 넘어섰다. 2015년에도 53홈런을 때렸다. 4년 연속 홈런왕 자리를 지켰다.
4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앞세워 2016년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로 진출에 성공했던 박병호다. 하지만 빅리그에서는 실패를 맛보고 2018시즌을 앞두고 돌아왔다. 그리고 2018년 43개, 2019년 33개의 홈런을 더 때렸다. 2019년에는 다시 홈런왕 타이틀을 탈환했다.
늦게 발동이 걸렸고, 중간에 군복무와 해외 진출 기간이 있지만, 박병호는 동기생인 최정(33·SK와이번스)과 함께 400홈런에 도전할만한 타자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최정과 박병호의 통산 홈런은 차이가 있다. 올 시즌 11개의 홈런을 더해 통산 346홈런을 기록 중이다. 은퇴선수까지 포함해 전체 3위 기록이다.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은퇴한 이승엽(현 KBO홍보대사)의 467개다. 8시즌 동안 일본프로야구(지바 롯데 마린스-요미우리 자이언츠-오릭스 버펄로스)에서 활약한 것을 감안해도 엄청난 수치다. 뒤를 이어 역시 삼성에서 은퇴한 양준혁(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351개다.
최정은 올 시즌 350홈런 고지를 넘어서, 양준혁의 2위 기록까지 경신할 기세다. 2005년 박병호와 같은 해 데뷔했지만, 최정이 1군에서 빨리 자리를 잡았고, 최정은 병역 특례로 공백기간이 없다. 또 해외 진출을 하지 않고 국내에서만 뛰었다. 박병호가 뒤늦게 발동이 걸렸다고 해도 통산 홈런에서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어쨌든 현재 홈런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만 놓고 보면 박병호는 최정과 함께 400홈런 고지를 밟을 수 있는 유력한 후보임은 틀림없다. 문제는 역시 몸상태다. 최근 들어 박병호는 손목과 무릎 부상을 안고 뛰고 있다. 올 시즌도 홈런은 14개로 공동 3위에 올라있지만, 타율은 5일까지 0.229로 부진에 빠져있다고 보는 게 맞을 정도다.
올 시즌은 37홈런 페이스다. 몸 상태와 기량이 40세까지 유지된다는 가정이라면 400홈런은 물론 이승엽의 통산 최다 홈런에도 도전해 볼 만하다. 물론 부상 없이,
그래도 프로 초창기 싸늘한 시선을 이겨내고 마침내 KBO리그 대표 거포로 자리매김한 박병호다. 참고 버텼기에 지금 자리에 올랐다. 박병호의 통산 홈런레이스는 마치 마라톤처럼 묵묵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박병호의 다음 이정표가 기대되는 이유일지 모르겠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