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이상철 기자
56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이영하(23·두산)는 속이 후련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갇혀있다가 꺼내진 기분이다”라며 기뻐했다.
이영하는 1일 KBO리그 고척 키움전에서 6이닝 7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두산의 14-5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 타선은 2회까지 무려 10점을 뽑으며 이영하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시즌 2승째(4패). 5월 6일 잠실 LG전 이후 56일 만이었다. 그동안 부진의 늪에 빠졌다. 대량 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진 적도 있었다. 평균자책점은 6.29까지 치솟았다(키움전 호투로 5.76으로 하락했다).
↑ 이영하는 1일 KBO리그 고척 키움전에서 6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두산의 14-5 대승을 이끌었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
마음고생이 심했다. 특히 그에 관한 기사마다 ‘악성 댓글’이 달렸다. 우승, 연봉 대박, 결혼, 군 문제 해결 등 좋은 일만 가득했던 이영하의 지난겨울이었다. 배가 불러서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에 고충이 심했다.
이영하는 “내가 생각해도 원하는 대로 다 이뤄졌다. (내 인생의) 모든 운을 다 썼던 것 같다. 이제는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며 “내가 못하니까 나오는 이야기다. 다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가족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앞으로 좋은 소리만 들을 수 있도록 잘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오랜만에 펼친 호투였다. 그는 “다득점 지원에도 스스로 망친 적(6월 19일 잠실 LG전)도 있다. 그래서 경기에만 집중했다. 2회말과 3회말에 만루 위기가 있었으나 무조건 삼진을 잡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뒤의 형들이 잘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공을 던졌다”라고 이야기했다.
2019년 17승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하며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이영하다.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대해 이영하는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첫 승 이후 ‘더 잘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던 게 역효과를 낳았다. 강하게 공을 던지려고 했는데 오히려 타자들이 잘 치더라. 무엇보다 생각이 너무 많았다. 사실 이렇게까지 못하면 2군에 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감독님이 ‘자신 있게 던져’라며 날 믿어주셨다. 밸런스를 되찾는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