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강정호(33)가 사과 기자회견을 했음에도 비난 여론은 오히려 불이 붙은 격이 됐다.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는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의 결정에 달려있다. 하지만 강정호 복귀는 어떤 형태로든 현재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선수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침묵하고 있다. 삐뚤어진 동업자 정신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 상황이다.
강정호는 지난 23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3년 6개월 전인 2016년 12월 음주운전 도주사건에 대한 사과였다. 당시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었던 강정호는 서울 삼성역 부근에서 가드레일을 파손하고 달아났다. 경찰에 검거된 이후에는 동승인과 운전자바꿔치기까지 시도했다. 그 자체로도 죄질이 나쁘다. 그런데, 조사 과정 중 2009년, 2011년 두 차례 음주운전 사실까지 드러났다. 결국 음주 삼진아웃이 적용돼 법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이라는 처벌을 받았다.
이후 그의 야구인생은 내리막길이다. 징역형 선고로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아, 2017시즌은 통째로 날렸다. 2018시즌 피츠버그에 복귀했지만, 부진과 부상에 빠졌다. 2019시즌 중반 결국 팀은 강정호를 방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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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O리그 복귀를 타진하는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음주운전 관련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천정환 기자 |
이런 상황이지만, 선수협은 조용하다. 이상하리만큼 선수협은 강정호와 관련해 눈치만 보는 모양새다.
현직 해설위원이자 전현직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장인 SBS 이순철, 안경현 위원이 강정호의 복귀를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과 비교하면 실망스럽다. 이순철 위원은 “KBO가 일을 키웠다. 강정호가 귀국 후 사과 기자회견을 해도 논란이 커질 뿐이다”라고 말했다. 안경현 위원도 “강정호가 복귀한다면 박한이, 강승호와 형평성 문제가 있다. 인생에서 한 번의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반복되는 것은 용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대선배들도 반대하는 가운데 선수협은 묵묵부답이다. 사실 선수협 차원에서 강정호의 복귀를 반대해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현직 은퇴선수협회장인 안경현 위원이 지적한대로 음주운전 적발로 선수생활이 끊긴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이 문제가 된다. 음주운전을 3차례나 저지른 강정호가 아무일 없다는 듯이 그라운드를 누빈다면, 묵묵히 땀을 흘려왔던 다른 선수들의 박탈감은 심해질 것이다.
또 선수들도 해당 이슈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있을 수 있고,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선수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선수협의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 이유다. KBO리그의 구성원인 선수들의 의견 수렴없이 복귀 절차가 진행되는 건 말도 안된다. 선수협이 선수의 일탈과 관련해 의견을 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몇 년전 승부조작 사건 연루 선수들이 나오자 선수협은 앞장 서서 사과를 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연대책임을 지겠다는 결의를 한 적이 있다.
선수협이 침묵한다면, 삐뚤어진 동업자 정신이라는 비난만 살 것이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욱 엄격해졌고, 실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