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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을 함께 해설한 박세리(왼쪽)와 김재열 해설위원이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 그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지난 2017년 골프 방송 해설가로 데뷔한 박세리(43)와 '콤비'로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해설을 하고 있는 김재열 SBS 해설 위원(60)을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에서 만났다. 주로 메이저 대회를 함께 해설하기 때문에 둘에게는 '메이저 해설 콤비'란 설명이 따라 붙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열린 골프대회인 KLPGA 챔피언십도 김재열·박세리 콤비가 해설을 했다.
사실 박세리 위원이 해설가로서도 성공시대를 걷게 된 것은 '콤비' 김재열 위원의 공이 크다. 1997년 골프 방송 해설을 시작해서 벌써 방송 1000회를 넘긴 '24년차 베테랑'은 박세리가 '초보 해설위원'일 때부터 호흡을 맞추면서 이런저런 노하우를 알려줬다. 이젠 서로 얼굴만 보고도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정도다. 박세리 위원은 그런 김재열 위원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고 했다.
김재열 위원은 자신도 '세리 키즈' 라고 소개한다.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다른 방송을 통해 해설하게 됐고, 그 계기로 지금의 김재열 해설 위원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수와 관련한 박세리의 해설이 최고라면 골프장이나 기타 정보와 관련해서는 김재열 해설이 최고봉이라 할만하다. 골프 대회가 열릴 때면 아무도 깨지 않는 이른 아침, 그린마다 공을 굴려보며 경사를 파악하고 꼼꼼히 메모하는 게 벌써 24년째다. 근면성과 발품에서 비롯된 정확하고 방대한 정보는 그만의 차별화된 해설의 근간이다. 박세리 위원은 김 위원에 대해 "정성이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감동한다.
김재열 위원은 골프 해설도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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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열 위원이 퍼팅하면서 그린 경사를 파악하는 것을 박세리 위원이 지켜보고 있다. |
김재열·박세리 '콤비'가 해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는 "골프 경기와 마찬가지로 방송도 흐름을 잘 타야 한다"는 것이다. 두 해설위원이 말을 맞춘듯 똑같은 얘기를 한다.
"정말 신기해요. 흐름을 잘 타는 날은 재미도 있고 시간도 잘 가지만, 어떤 때는 정말 시간이 안가는 날이 있어요. 흐름을 잘 못 탄거죠. 재미 없는 경기도 흥미로운 시나리오로 만드는 것이 해설 위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골프는 정말 각본 없는 드라마에요."
김재열 위원은 박세리 위원이 4년 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변화했다고 설명한다.
"처음에는 너무 솔직해서 돌아가지 못하고 보는대로 얘기했어요. 너무 직설적이었죠.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나와서 그런 지, 무척 부드러워졌어요. 이젠 농담도 잘하고, 할 말 안 할 말 구분도 확실하고...특히 선수 관련한 부분에서는 너무 자연스럽고, 단연 최고라 할 수 있어요."
'선수 박세리'가 100점이라면 '해설 위원 박세리'에게는 몇 점을 줄 수 있느냐고 묻자 구체적인 점수를 알려주지 않는다. "선수 경험으로 일단 50점은 먹고 들어가지만 해설 위원으로서는 아직 멀었어요. 어려워도 정말 너무 어려워요."
그가 밝힌 초보 시절 에피소드다.
"처음에는 낯설기도 했고, 어떤 내용을 말해야 하고, 또 어느 대화 타이밍에 껴 들어가야 할 지도 잘 몰라 헤맸죠. 또 너무 시간을 길게 가져가다 보니 장면은 이미 넘어 갔는데 전 그 앞 장면을 얘기하고 있을 때도 많았어요. 전 퍼팅 얘기를 하고 있는데, 화면에서는 티샷을 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 거에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을 잘 조절하게 됐다"는 박세리 위원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게 가장 좋구나 알게 됐다"며 껄껄 웃는다.
박세리는 '해설 위원'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선수를 깎아 내리거나 무례한 발언을 하는 것은 절대 안됩니다. 저도 선수 시절에 방송을 볼 때가 있었는데, 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다른 쪽으로 얘기할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선수에 대해 안타까운 점을 얘기할 수는 있지만 나쁜 점을 부각시키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첫째 금기사항이에요. 스윙에 대해서도 스윙 템포가 빠르다는 것 정도는 말해도 좋지만 정말 디테일 한 것을 지적하는 건 피해야 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김재열 위원이 박 위원과 함께 하면서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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