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두산은 이겼으나 오재원의 ‘비매너’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의도하지 않은 ‘실수’라고 해도 그는 곰 군단의 주장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베테랑이 가장 중요한 순간 ‘전쟁터’에 없었다.
21일 KBO리그 잠실 두산-LG전의 5회초. 장내 아나운서가 ‘대타 오재원’을 불렀으나 오재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매우 긴박한 상황이었다. 두산이 선발투수 라울 알칸타라(8이닝 7피안타 5탈삼진 1실점)의 호투 속에 2회초 김인태의 밀어내기 사구와 박건우의 희생타로 2점을 땄으나 살얼음판을 걷는 중이었다. 추가점이 필요했다.
↑ ‘지각’ 대타 출전으로 논란을 일으킨 오재원이 21일 KBO리그 잠실 두산-LG전 종료 후 모자를 벗어 사과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
반드시 막아야 하는 LG는 2사 2루에서 타격감이 좋은 국해성을 자동 고의4구로 내보냈다. 이유찬과 대결을 택했다. 두산은 이에 대타 오재원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2분여가 지나도록 오재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경기도 중단했다. 전일수 주심은 물론 김태형 두산 감독도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전 주심은 두산 더그아웃으로 다가가 김 감독에게 뭔가 이야기를 했다. 대타 오재원의 출전을 재촉했다.
이를 지켜보던 반대편의 LG 더그아웃 분위기는 싸늘했다. 마운드엔 고졸 신인 이민호가 있었다. 고도의 수 싸움일까. 105개의 공을 던진 신인 투수는 어깨가 식지 않도록 포수 유강남에게 연습구를 던져야 했다.
‘신속하게’ 타석에 서야 할 대타가 일부러 지체하는 듯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리드하던 팀도 두산이었다. LG는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TV 중계 카메라에도 포착되지 않았던 오재원은 뒤늦게 장비를 챙겼다. 전 주심은 오재원에게 주의를 줬다.
오재원이 타석에 서 있던 시간은 준비 시간보다 훨씬 짧았다. 2B 2S 카운트에서 이민호의 146km 속구에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물러났다. 곧바로 권민석과 교체됐다.
↑ ‘지각’ 대타 출전으로 논란을 일으킨 오재원이 21일 KBO리그 잠실 두산-LG전에서 5회말 삼진 아웃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
두산 측은 “오재원이 화장실에 있어 타석 준비가 안 돼 있던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재원은 대타로 기용된다는 얘기를 듣지 못하고 화장실에 간 거라고 했다.
두산 더그아웃 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생리적인 현상이긴 하나 오재원도 중요한 상황에 자리를 비웠다. 그는 두산의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LG는 위기를 막았고, 두산은 기회를 놓쳤다. 단순히 ‘해프닝’ 수준으로 무마할 일이 아니다. ‘상도덕’을 어겼다. 두산의 소통 문제와 오재원의 늑장 대응은 상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페어플레이에도 위반된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
두산의 3-1 승리. 경기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