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김대호 기자
오승환(38·삼성라이온즈)이 16일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했다. 다음날에도 세이브를 올렸다. 언론과 팬들은 ‘끝판대장의 귀환’이라며 환호한다. 이달 초까지 해외 불법 도박으로 엔트리 등록조차 불가능한 신분이었음은 벌써 잊은 듯 했다.
“야구로 보답하겠다.” 2016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형사 사건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한 말이다. 2019년 연말 인기드라마 <스토브리그> 등장인물이 “야구로 속죄를 한다? 해서도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해 화제가 됐다.
강정호는 유죄 확정판결이 당연히 여겨질 정도로 명백한 범죄였지만 반성보다는 앞으로 야구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입 밖에 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 오승환이 받는 찬사를 보면 강정호는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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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환이 한미일 400세이브를 달성하자 ‘끝판대장의 귀환’이라는 언론의 찬사가 쏟아진다. 불법도박 징계로 이달 초까지 엔트리 등록조차 불가능한 신분이었음은 벌써 망각되고 있다. 사진=MK스포츠DB |
오승환과 임창용은 단순 도박 혐의에 대한 법정최고형인 벌금 1000만 원 그리고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임창용은 2015시즌 종료 후 삼성에서 방출됐고 안지만은 유니폼을 벗었지만, 오승환은 당시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 소속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오승환을 받아들이면서 임창용과의 형평성에 대해 아무런 명분도 내세우지 못했다. 오승환은 사실상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MLB) 2시즌·39세이브라는 실력을 근거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정말 야구로 속죄하라는 말이냐?”라는 반발이 당연히 나왔다.
오승환은 2019시즌 전반기까지 MLB에서 활약하다 미국프로야구 생활을 정리하고 삼성에 복귀했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하면서 후반기 42경기, 그리고 2020년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해결했다.
5년 전 검찰 기소 후 오승환은 불법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제까지 현장에서 보여준 열정까진 오해하지 말아달라. 야구에만 전념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물론 한미일 400세이브는 대단한 기록이다. 한국 역대 최고 마무리투수라는 평가를 한층 강화하는 업적이다.
그러나 단순 사실 전달과 감탄을 넘어 찬양과 극찬을 한다면 2015년부터 끊이지 않는 형평성 논란과 불법 원정도박은 반박 차원에서라도 계속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용서는 기대도 안 합니다. 야구로 속죄하겠다는 말은 하면
임창용 처럼 방출되지 않고 친정팀에서 특기를 계속 발휘할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 특혜일 수 있다.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