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안준철 기자
“타구가 유격수 옆으로 가길래 잡힐 것 같아서 전력 질주했습니다. 근데 공이 빠지더라고요. 너무 좋았어요.”
노태형(25·한화 이글스)이라는 이름 석 자는 프로야구 역사에 기록됐다.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재개된 2020 KBO리그 1호 특별 서스펜디드 경기 두산 베어스와 한화전의 끝내기 안타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노태형은 6-6으로 맞선 9회말 2사 1, 2루에 타석에 들어서 두산 함덕주와 승부를 펼쳤고, 함덕주의 폭투로 2, 3루 상황으로 바뀐 뒤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는 끝내기 안타를 터트려 승리의 주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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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 경기가 3회말부터 재개하는 서스펜디드 경기로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 한화는 6-6으로 팽팽히 맞선 9회말 2사 2, 3루에서 나온 노태형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7-6으로 승리, 악몽의 18연패에서 탈출했다. 한화 노태형이 끝내기 안타를 치고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대전)=김영구 기자 |
연패 탈출에 이어 한화는 곧바로 열린 14일 2경기(원래 편성된 정규경기)에서도 3-2로 두산을 꺾으며 2연승을 달렸다. 노태형의 끝내기 안타가 한화에는 파랑새가 된 모양새다.
이날 한화의 2연승 뒤 취재진과 만난 노태형은 “첫 경기에서 승리한 뒤 짧은 시간을 이용해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울먹이시더라. TV로 보셨다는데, 내가 효도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노태형은 무명에 가까웠다. 프로 지명도 거의 막차였다. 2014년 2차 신인드래프트 10라운드 전체 104순위였다. 1차지명과 당시 신생팀인 kt위즈 우선지명을 합치면 프로 지명순위는 더 뒤였다.
노태형과 같은 낮은 순위 지명자들에게 1군 무대는 오르지 못할 나무와도 같다. 노태형도 줄곧 2군에 있었다. 노태형은 “스물 두 살까지 육성군과 2군에서 노력했는데 잘 안돼서 스물 세 살 때 현역으로 군에 입대해 병역을 마쳤다. 작년에 제대하고 왔는데, 잘 안됐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열심히 하다보니까 좋은 기회를 잡게 됐다”고 덤덤히 말했다.
노태형은 1년 선배인 박한결(26)과 동반 입대 제도를 이용해 11사단에서 같이 보병으로 복무했다. 그는 “대대장님이 글러브, 배트를 갖고 들어갈 수 있게 해주셔서 둘이 개인 정비 시간에 캐치볼도 하고 스윙도 했다”며 “군대에서는 유탄발사기를 잡았다. 그래도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박한결 선수와 강원도민체육대회에 홍천군 소속으로 출전해서 우승을 거둬 포상휴가를 받은 적도 있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지난달 20일 수원 kt전이 1군 첫 데뷔 경기였다. 3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다음날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1군에 올라와, 다시 자리를 잡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노태형은 “10일 서산에서 퓨처스경기에 출전해 1회초 수비 중 2아웃에 교체됐다. 빠지라고 할 때 ‘1군 가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빨리 짐을 싸라고 하시더라. 대전으로 와서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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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노태형이 14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3-2로 승리해 2연승이 확정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대전)=안준철 기자 |
일요일인 14일 하루만큼은 노태형이라는 이름이 한화의 슈퍼스타로 각인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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