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용덕(55) 감독과 한화이글스의 인연의 끈이 다시 끊겼다. 누구보다 한화를 사랑했고 한화를 상징했던 인물이 한화를 떠나게 됐다. 인연의 끈이 다시 이어질 날이 올까.
야구 경기를 뛰는 건 선수들이나 현장의 책임을 지는 건 감독이다. 팀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나락에 빠지자, 참았던 말을 꺼내야 했다. “제가 그만두겠습니다.”
한 감독은 7일 자진 사퇴했다. 한화가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을 새로 작성한 날이었다.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 한용덕 감독은 114경기를 남기고 사퇴했다. 한화이글스와 인연의 끈도 다시 끊겼다. 사진=MK스포츠 DB |
이상기류는 하루 전날부터 감지됐다. 1군 코치 4명을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1·2군 코치의 보직을 맞바꾸는 경우가 있으나 한화는 이례적으로 4명의 빈자리를 둔 채로 경기를 치렀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사안으로 내부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걸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경기가 된 7일 대전 NC다이노스전을 앞두고 한 감독은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인상을 보였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코칭스태프 보직 개편과 관련해 여러 차례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2군에 올라온 코치들에게 ‘미래’를 맡기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토록 좋아했던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갈 일이 없어졌다. 그는 이제 ‘전 감독’이 됐다. ‘야인’이다. 그리고 한화는 당분간 감독대행 체제로 경기를 치르면서 제12대 사령탑을 선임할 것이다.
한 감독은 한화와 인연이 깊다. 뗄레야 뗄 수 없다. 북일고 출신으로 1988년부터 2004년까지 이글스 유니폼만 입었다. 통산 482경기 120승 118패 24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54의 성적을 올렸다.
지도자 인생도 한화에서 시작했다. 2006년 투수코치를 시작으로 2012년에는 감독대행을 맡기도 했다. 구단 단장 특별보좌역으로 프런트 업무도 경험했다.
한화가 그룹 차원에서 김응용 김성근 감독을 선임하면서 ‘적’으로 만나기도 했다. 한 감독은 2015년부터 3년간 두산베어스의 투수 및 수석코치 역할을 수행했다.
몸은 떠났어도 마음은 떠나지 않았다. 3년 전 한화 지휘봉을 잡게 된 그는 “한화는 고향팀이다. 애정을 갖고 계속 지켜봤다. 힘든 야구를 하는 선수들을 보는 게 안타까웠고 마음이 짠했다”면서 “(돌고 돌아) 청춘을 바쳤던 고향팀에 돌아와 감개무량하다”라고 말했다. 한화를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다.
특히 한 감독은 연습생 출신이다. 그의 인생이 곧 한 편의 영화다. 때문에 한화 선수들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가기를 바랐다. “배팅볼 투수로 입단했던 나 같은 사람도 한화의 감독이 됐다”면서 “야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라”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한 감독도 약속을 지켰다. 멋진 야구로 한화 팬을 행복하게 했다. 2018년에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하며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다. 한화의 전력을 고려하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한화의 민낯은 오래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총체적 난국이다.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하나 감독만 책임을 질 일이 아니다.
한 감독은 ‘팀을 위해’ 용퇴했다. 해피엔딩
한화 팬에게 진짜 행복 야구를 선물하고 싶었던 한 감독이다. 그는 야구와 한화, 그리고 한화 팬을 사랑했다. 그 마음은 변치 않았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