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용덕(55) 감독은 2017년 11월 취임사로 ‘멋진 야구’의 시작을 알렸으나 한화는 다시 ‘짠한 야구’를 했다.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서 강한 이글스를 만들겠다던 포부를 끝내 이루지 못했다.
2020년 6월의 첫 일요일, 한화는 감독을 잃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한 감독이 물러났다. 3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었다. 한화는 114경기가 남았으나 ‘40번 감독 한용덕’은 없다.
↑ 한용덕 감독이 최근 웃은 날은 없었다.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한화가 최악의 부진에 빠지면서 감독의 거취는 ‘뜨거운 감자’였다. 구단 특성상 해임보다 자진 사퇴가 유력했다. 한화 팬도 한 감독에 등을 돌렸다.
6일 코칭스태프 보직 개편 문제로 구단과 마찰까지 빚으면서 한 감독이 머지않아 지휘봉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반전은 없었다. 7일 대전 경기에서 시작하자마자 NC에 끌려다니더니 선발투수 김이환은 2⅔이닝 만에 강판했다. 일찌감치 승부의 추는 기울어졌다.
무기력한 한화는 뒤집을 힘도 없었다. 6회 2사 후 노시환의 2루타가 터지기 전까지 ‘독수리 사냥꾼’ 이재학을 상대로 ‘퍼펙트’ 수모를 당했다.
14경기 연속 패배. 한화에 ‘흑역사’가 쓰인 순간이었다. 1986년 빙그레 이글스로 KBO리그에 참여한 이래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은 2013년의 13경기였다.
앞으로 두 번만 더 못 이기면 최다 연속 경기 무승 기록마저 갈아치우게 된다. 한화는 9일부터 3연승 중인 롯데와 사직 3연전을 갖는다.
한 감독은 큰 뜻을 품고 한화의 제11대 사령탑이 됐다. 돌고 돌아 잡은 지휘봉이었다. 그도 고향팀에 대한 애정이 컸다. ‘이글스 정신’으로 팀을 개편하고자 했다.
첫 시즌에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하며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선물했다. 불펜 야구로 성공의 열매를 땄으나 금방 시들었다.
선수층이 얇은 데다 전력 보강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내부 갈등도 수시로 수면 위에 떠올랐다. 민낯이 드러난 한화는 2019년부터 추락했다. 올해도 개막 16경기에서 7승 9패를 거두며 선전했으나 오래 버티지 못했다. 동네북이었다.
한화 야구는 달라지지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 불펜은 안정 궤도에 오르지 못했으며 선발진마저 붕괴했다. 해결사가 없는 타선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타율(0.236) 및 평균자책점(6.00)이 10위다. 실책은 26개로 가장 많다. 선수들은 동기부여를 잃은 듯했다. 마치 ‘패잔병’ 같다. 패배의식에 젖었다. 몇 년 번 봤던 한화다. 놀랍게도 달라진 게 없다. 원상 복구다.
한 감독은 취임식에서 “어떻게 팀을 만들었는지에 따라 잘 돌아온 건지, 못 돌아온 건지가 결정된다. 그동안 한화는 ‘짠한 야구’를 펼쳤다.
그는 잘 돌아온 거였을까. 언젠가 아름답게 퇴장하고 싶었을 터이나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14연패가 확정된 순간, 그는 무표정하게 짐을 챙기고 더그아웃을 떠났다. 온화했던 그의 미소는 없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