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트레이드 거부 대상을 지정할 때는 주로 전략적인 배경이 작용한다. 트레이드 논의에서 구단이 아닌 선수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올스타 5회 경력의 외야수 토리 헌터(44)는 조금 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보기 드문 흑인 선수인 그는 흑인에 대한 모욕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권리를 사용했다.
헌터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목요일 'ESPN'의 '골릭 앤드 윙고'에 출연한 자리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트레이드 거부 대상으로 지정한 사연에 대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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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리 헌터는 보스턴 원정을 갈 때마다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들어야했다고 주장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그는 어린애가 자신에게 그런 욕을 하는데도 옆에 있는 어른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도 봤다고 털어놨다. 그런 곳에서는 경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보스턴을 트레이드 거부 대상에 넣었다.
헌터는 "보스턴에 가기 싫어서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싫어서도 아니고, 팀원들이나 프런트가 싫어서도 아니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하는데도 사람들이 이를 묵인하는 곳에는 가고싶지 않았다"며 트레이드 거부권을 추가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스턴을 거부 대상으로 넣었다고 말했다.
보스턴에서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당한 메이저리거는 헌터만이 아니다. 2017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뛰고 있었던 애덤 존스도 펜웨이파크 원정경기 도중 팬들로부터 N으로 시작하는 흑인 비하 표현을 들었고 땅콩 봉지를 던지는 것까지 봤다고 주장했다.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좌완 CC 사바시아도 유독 보스턴 원정만 가면 이런 욕이 들렸다고 주장했다.
이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보스턴 셀틱스에서 뛰었던 빌 러셀은 지난 1979년 자신의 회고록에서 보스턴을 "인종차별의 벼룩 시장"이라고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