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무기력증에 빠진 한화가 ‘20패’에 선착했다.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위안거리가 될만한 이야기라면, 2016년 이후 20패 선착 팀이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 적은 없다.
한화는 4일 KBO리그 대전 키움전에서 3-7로 졌다. 선발투수 김민우가 탈삼진 8개를 잡으며 6이닝(4실점)을 책임졌으나 역부족이었다. 한화 타선은 3득점에 그쳤다. 서건창의 1회 선두타자 홈런이 터졌을 때부터 패색이 짙었을지 모른다.
키움과 대전 3연전에서 한화는 8점을 뽑으면서 28점을 헌납했다. 6월 평균자책점(7.33) 및 타율(0.225)은 나란히 8위지만 위로가 되지 않는다. 돌파구가 없으니 파격적인 변화도 힘들다. 2군에서 올라온 김태균은 8타수 1안타 2삼진으로 보탬이 되지 않았다.
↑ 한용덕 감독(오른쪽)의 계약 마지막 시즌에 한화는 추락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17경기 만에 10패를 기록한 한화는 페이스가 더 빨라졌다. 27경기 만에 20패를 돌파했다. 2018년 삼성과 2019년 kt는 각각 31경기, 30경기에 20패를 했다.
한화가 20패를 선착한 것은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당시엔 28경기(8승 20패)였다. 10개 구단 체제에서 구단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어둠에 갇힌 독수리다. 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속수무책이다.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5월 23일 창원 NC전부터 11연패 늪에 빠졌다. 5일부터는 다시 NC를 상대한다. NC는 ‘20승 선착 팀’이다.
구단 최다 연패 기록마저 갈아치울지 모른다. 무승 기간이 가장 길었던 건 15경기(1무 14패). 순수 연패 기록은 2013년 개막하자마자 수모를 겪었던 13연패다. 불명예 신기록까지 ‘-3’이다.
최악의 상황에 놓인 한화에 그나마 위안거리는 ‘어쩌면 꼴찌를 면할 수 있다’는 기록이다. 20패 선착 팀은 의외로 시즌 막바지까지 치열하게 경쟁했다. 2018년 삼성과 2019년 kt는 가장 빨리 20패를 했으나 최종 순위가 6위였다.
20패 선착 팀이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 것은 신생팀 kt의 첫 시즌(2015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kt는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20번을 지는 동안 3번밖에 못 이겼다.
한화는 외롭지가 않다. 5연승 기세가 사라진 SK(8승 18패)는 바짝 옆에 붙어있다. 두 팀의 승차는 1.5경기다. 한화는 2014년 9위를 끝으로 한 번도 꼴찌까지 추락해 시즌츨 마친 적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초반 구간으로 한화는 117경기가 남았다. 가을야구를 포기할 때도 아니다. 20패 선착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14년 LG가 해냈다. 단, LG는 이른바 ‘런기태(김기태→양상문 감독 교체)’라는 반전 요소가 있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