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연일 한화 기사로 포털 사이트가 뒤덮여 있었다. 감독 이하 선수 하나 하나에 대한 관심이 어마어마했다.
경기는 두 말 할 것도 없었다. 포털 사이트 한화 경기 중계는 동시 접속자 20만 명을 우습게 넘기곤 했다. 상대가 누구건 상관 없이 경기 시청률이 치솟았다. 응원을 하기 위해서건 욕을 하기 위해서건 많은 사람들이 한화의 릴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쏟았다.
불과 몇 년 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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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는 4일 KBO리그 대전 키움전에서 3-7로 졌다. 연패는 11경기로 늘어났다. 사진=MK스포츠 DB |
지금은 어떤가. 한화는 어느새 비인기 구단의 처지가 되어가고 있다. 지는 경기가 일상이 되다 보니 이기는 것이 화제가 될 정도가 됐다.
한화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싸늘하게 식었다. 원조 한화팬들 아니면 한화 성적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사라졌다. 한화가 어쩌다 한 번 이겨도 순위권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다보니 굳이 시간내서 한화를 챙겨 볼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한화의 심장이라고 불리던 김태균이 2군 경기도 치르지 않고 1군에 복귀했는데도 이렇다 할 기사 한 줄 나오지 않았다. 다른 이야기에 묻혀 잠시 언급될 뿐이었다.
경기력은 더 할 말이 나오지 않는다. 전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실책을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잇달아 나온 부상병들을 원망하기도 민망한 수준의 플레이가 나오고 있다.
미래가 보인다면 희망을 품어볼 수 있겠지만 미래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한화가 제대로 키워낸 전력을 찾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나머지 선수들은 외부 영입 선수거나 이미 전성기를 지난 베테랑들 뿐이다. 한화 야구에서 이야깃 거리를 찾는 일은 대단히 어려워졌다.
이제 한화 기사엔 거의 넋두리 하려 모인 한화팬들만 남아 있다. 전국구 구단 못지 않은 인기와 화제를 뿌리고 다니던 일은 이제 옛 기억이 되고 말았다.
연패를 해서만이 아니다. 연패를 끊는다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이런 분위기라면 한화는 한국 프로야구의 주변인으로 밀러나는 수 밖에 없다.
지금 한화에 실망하고 있는 것은 수준 이하의 경기력만이 아니다. 지는 경기는 그냥 무난하게 져 버리는 근성 실종의 야구 때문이다.
성적은 두 번�다. 어떤 야구를 보여주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질 때 지더라도 끝까지 상대를 괴롭히고 붙잡고 늘어지는 야구가 진짜 한화 야구였다. 지금 한화 야구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정신력이다.
갖고 있는 힘의 차이만으로 경기의 결과가 모두 가려진다면 굳이 실제 맞붙어서 경기를 해 볼 필요도 없다. 반전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 야구야말로 야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효과 만점의 영양제다.
아직 희망은 있다. 한화가 가진 폭발력은 아직 살아있다. 보다 짜임새 있고 근성 있는 야구로 거듭난다면 지난 날의 영광을 되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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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과연 이대로 무관심의 덫에 걸려 좌절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떨치고 일어나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설 것인가. 선택은 한화 구성원들에게 달려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 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