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안준철 기자
말 그대로 ‘특급 피칭’이었다. LG트윈스가 정찬헌(31)이 인생투를 앞세워 팀을 연패에서 구해냈다.
정찬헌은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팀간 6차전에 선발로 등판해 7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져 3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LG가 11-0으로 승리하며, 정찬헌은 시즌 2승(1패)째를 올렸다.
정찬헌의 7이닝 무실점 기록은 2008년 9월 12일 목동 우리전 7이닝 무실점 4283일만이다. 당시 승패 없이 노디시전을 기록했다. 범위를 좁혀 정찬헌의 7이닝 무실점 승리투수 기록은 2008년 5월 20일 대구 삼성전 이후 4398일만이었다. 모두 정찬헌의 앳된 신인시절 얘기다.
↑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0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LG 선발 정찬헌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
인생투였다. 정찬헌의 장기인 다양한 구종을 앞세워 삼성 타선의 힘을 뺐다. 94구 중 포심 패스트볼이 23개, 커브가 17개, 슬라이더가 13개, 포크볼이 24개, 투심이 16개였다. 포심과 투심 모두 최고 구속은 144km까지 나왔다.
이날 류중일 LG 감독은 경기 후 “정찬헌이 선발 투수로 특급 피칭 보여줬다”고 환하게 웃었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류 감독이 특급피칭이라는 표현을 쓴 건 처음이다.
그렇다면 정찬헌이 생각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정찬헌은 “오늘 가장 잘 된 것은 구종으로 치면 커브였다”면서 “아내의 배려도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특히 아내 얘기가 나온 김에 정찬헌은 “아내가 편하게, 너무 욕심부리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해줬다. 내가 힘든 수술을 거쳐 마운드에 오른 모습을 보니 기쁘고, 감회가 새로웠던 것 같다. 첫 승했을 땐 울었다고 하더라. 감동 받은 것 같다”라며 웃었다.
올 시즌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서기까지 정찬헌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시즌을 마무리로 시작한 정찬헌이지만,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힘든 재활 끝에 불펜보다는 선발이 나을 것 같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에 관리를 받으며 선발로 보직을 전환했다. 다만 몸 상태에 아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 선발로 등판한 뒤 엔트리 말소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투구를 펼쳐왔다.
다만 이날은 등판 간격이 10일 이상이었던 종전과 달리, 8일만의 등판이었다. 정찬헌은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 “투구 후 2~3일 정도 힘들지만, 나머지 부분은 괜찮다. 현재 컨디션이라면 5~6일 로테이션도 문제없을 것 같다. 다만, 아직 전달받은 부분은 없다. 이 부분은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힘들 땐 숨도 안 쉬어질 정도였지만, 지금은 단순히 투구에 따른 근육통이다. 그동안 휴식도 길어 회복이 잘 됐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 LG트윈스 정찬헌이 4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 인생투 이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안준철 기자 |
부상 때문인지 정찬헌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았다. 그는 “1년, 1년 최선을 다하고 싶다. 언젠가 기량이 떨어지는 시기도 오겠지만, 이제 더 이상의 수술은 없었으면 한다. 계속 노력해서 선수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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