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승장’ 허삼영 삼성 감독은 물론 ‘패장’ 류중일 LG 감독도 흐뭇하게 바라봤을 ‘명승부’였다.
2001년생 이민호(LG)는 두 번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모두 2000년생 원태인(삼성)과 대결을 펼쳤다. 시즌 6경기에 나간 원태인도 세 번이나 고졸 신인 투수(다른 한 번은 kt의 소형준)와 만났다.
2일 잠실 삼성-LG전은 2시간38분 만에 종료했다. 이날 벌어진 5경기 중 두 번째로 빨리 끝났다(광주 롯데-KIA전 2시간37분). 안타와 4사구는 물론 투수 교체도 가장 적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삼성은 1회와 3회, LG는 4회에 찬스를 잡은 게 전부였으나 삼성의 첫 번째 공격에서만 득점이 났다.
↑ 고졸 신인 투수 이민호는 2일 현재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1.10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이 0.164에 불과하며 이닝당 출루허용률도 0.92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
우연은 아니다. 12일 전에 대구에서 펼쳐진 원태인과 이민호의 첫 대결도 박수가 절로 나온 경기였다.
올해는 젊은 투수의 전성시대다. 6년차 구창모(NC)가 리그 에이스다운 퍼포먼스를 펼치며 이끄는 가운데 1, 2년차 투수가 1군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 성적 부진으로 신인상 경쟁에서 밀렸던 원태인은 올해 2년차 투수 중 가장 돋보이는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민호를 비롯해 소형준, 허윤동(삼성) 등 고졸 신인 투수 3명은 개막 한 달도 안 지났으나 데뷔 첫 승을 올렸다. 퓨처스리그에서 재능을 뽐내며 잠재력을 인정받은 투수도 꽤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젊은 투수의 성장이 더뎌 앞날을 걱정했던 한국야구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현 KBO리그 지도자 중에서 경험이 많은 데다 국가대표 사령탑까지 맡았던 류 감독은 영건의 등장이 반갑기만 하다.
류 감독은 새 인물이 꾸준하게 등장해야 리그가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번 보던 선수만 보면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슈퍼스타가 나타나야 팬이 몰린다”며 그런 점에서 영건의 등장이 고무적이라고 이야기했다.
LG는 이민호 외에 2000년생 김윤식을 준비된 선발투수로 만들 계획이다. 미래이자 현재를 위한 길이다. 1일 1군 엔트리에 말소된 김윤식은 2군에서 선발투수로 경험을 쌓는다. 올해 안으로 데뷔 첫 KBO리그 선발 등판도 가능하다.
류 감독은 과거보다 고졸 투수가 빠르게 연착륙하는 이유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를 꼽았다. 그는 “스카우트가 옥석을 잘 고르기도 하나 이젠 훈련도 과학적인 방식이다. 무조건 많이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우리 팀만 해도 컨니셔닝 코치가 5명이나 된다. 선수의 체력에 맞게끔 훈련 강도를 조절하며 부상 위험을 줄인다”라고 전했다.
3일에도 젊은 투수가 선발 등판한다. 유신고 동기 소형준과 허윤동은 각각 수원 두산전, 잠실 LG전에 나간다.
1999년생 조영건(키움)도 2019년 5월 21일 고척 NC전(⅓이닝 3피안타 3볼넷 1탈삼진 3실점) 이후 379일 만에 선발투수로 뛴다. 올해 퓨처스리그 성적표는 3승 평균자책점 1.42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조영건이 상대할 팀은 9연패 늪에 빠진 한화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