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영건의 투수전은 아름다웠다. 그렇지만 ‘2년차 선배’의 부담은 이룰 말할 수 없다. 온 힘이 다 빠질 정도였다. 그래도 ‘1년차 후배’와 세 번째 대결에선 웃었다.
2일 KBO리그 잠실 경기는 원태인(20·삼성)과 이민호(19·LG)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5월 21일 대구 경기에 이어 12일 만에 재대결이었다. 공교롭게 스코어는 이번에도 2-0이었다. 1회초에 2점을 뽑은 팀이 또 이겼다. 단, 승자는 바뀌었다. 이번엔 삼성과 원태인이 웃었다.
원태인은 7이닝을 5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시즌 3승째(1패). 2.45로 평균자책점 부문 3위에 올랐다.
↑ 삼성 원태인은 2일 KBO리그 잠실 LG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3승째(1패)를 거뒀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
이민호는 7이닝 2실점으로 역투를 펼치고도 첫 패전투수가 됐다. 이민호가 잘 던졌으나 원태인이 더 잘 던진 날이었다.
허삼영 감독은 “오늘 (원)태인이가 정말 멋진 투구를 펼쳤다. 포수 강민호의 리드와 동료들의 응원에 자신 있게 공을 잘 던졌다”라고 호평했다.
선의의 경쟁으로 자존심이 걸린 한판이었다. 때문에 경기 후에는 진이 다 빠졌다. 원태인은 “신인 투수와 두 차례(5월 15일 kt전 소형준·21일 LG전 이민호) 겨뤄 승리를 내줬다. 이번만큼은 꼭 이기고 싶었다. 1년 먼저 입단했을 뿐이지만 선배답게 좋은 투구를 펼치고 싶었는데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작년에 LG전에서 피안타율(0.375)이 높았는데 변화구가 아닌 속구 위주로 대결한 게 주효했다. 일부러 공을 높이 던져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간 뒤 아웃코스 속구를 결정구로 정했다. 비시즌 훈련양을 늘이고 캐치볼을 할 때도 전력으로 하니까 속구의 평균 구속이 증가했다. 조언해주신 정현욱 코치님께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두 젊은 투수의 호투는 외줄은 타는 듯했다. 그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원태인은 “(이)민호가 정말 공을 잘 던졌다. 후배지만 정말 배울 게 많다. 상대 투수를 보며 자극을 받는 편이다. 그렇기에 나도 호투할 수 있었다. 또 지기 싫어서 정말 많이 준비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보는 이는 즐거웠던 두 판이었다. 원태인과 이민호의 세 번째 대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에 원태인은 화들짝 놀랐다. “아니다. 난 그만 맞붙고 싶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