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영건의 시대'입니다.
1988년생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이후 '새로운 에이스의 탄생'을 기대하던 한국프로야구에 젊은 에이스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구창모(23살·NC 다이노스)가 2020년 시즌 초반 압도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고졸 신인 소형준(19·kt wiz)도 당당한 투구로 KBO리그 1군 무대에 연착륙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도 최채흥(25살), 원태인(20살)이 토종 원투펀치로 자랐습니다.
여기에 2001년생 영건이 등장했습니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2020년 2차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왼손 투수 허윤동(19살)은 지난주 KBO리그에서 손꼽는 '화제의 인물'이었습니다.
◇ "이대호 선배 타구, 홈런이 됐다면…"
허윤동은 5월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방문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이날 그의 성적은 5이닝 4피안타 5사사구 무실점. 4회를 제외하면 매번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5이닝을 책임졌습니다.
가장 큰 위기는 1회였습니다. 민병헌에게 몸에 맞는 공, 손아섭에게 볼넷을 내줘 1사 1, 2루에 몰린 허윤동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타자 거포 이대호와 맞섰습니다.
이대호는 허윤동의 2구째를 받아쳤고, 공은 왼쪽 담을 넘겼습니다. 첫 판정은 홈런이었습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끝에 '파울'로 번복됐습니다. 이대호는 우전 안타를 쳤지만, 주자는 홈에 들어오지 못했고, 허윤동은 1사 만루에서 안치홍과 김동한을 연속 범타 처리하며 생애 첫 프로 1군 무대 첫 번째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습니다.
허윤동은 "마운드에서 타구를 보니, 홈런인지 파울인지 분간하기 어려웠습니다. 그저 속으로만 '제발 파울 폴 밖으로 나가라'라고 빌었다"며 "이대호 선배님의 타구가 홈런이 됐다면, 내가 5이닝을 채울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첫 등판에서는 운이 따랐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허윤동의 프로 첫 이닝에는 '운'이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허윤동은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5이닝을 채우며 KBO리그 역대 9번째로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고졸 신인으로 기록됐습니다.
◇ 19살 투수의 20년 대계…"KS 우승과 골든글러브"
여전히 2020시즌 신인왕 후보 1순위는 소형준입니다. 그러나 허윤동도 강렬한 데뷔전을 치르며 '신인왕 후보군'에 가세했습니다.
허윤동은 "나는 내가 얼마나 부족한 투수인지 잘 안다. 그래서 올해는 1군에 올라가지 못해도 '열심히 배우겠다'라고 생각했다"며 "신인왕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지금은 그냥 1군에서 버티고, 2군에 다시 내려가도 부족한 점을 채우겠다는 마음뿐이다"라고 몸을 낮췄습니다.
하지만 '투수 허윤동'이 꿈은 꽤 큽니다.
그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복도에 삼성의 한국시리즈(KS) 우승 사진이 쭉 늘어서 있다. 그걸 보면서 '나도 KS에 등판하고, 팀 우승 세리머니를 함께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는 아울러 "프로 생활을 20년 정도 하고 싶다. 은퇴하기 전에 꼭 골든글러브를 받겠다"고 개인적인 포부도 드러냈습니다.
허윤동은 '20년'을 바라보며 한걸음, 한 걸음 내디딜 생각입니다. 조금씩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있습니다.
그는 "나는 구속이 빠른 투수는 아니다. 그래도 첫 경기에서는 최고 구속(시속 139㎞)이 너무 낮게 나왔다. 내 최고 구속이 시속 144㎞인데, 다음 등판에서는 그 근처까지는 보여드리고 싶다"며 "직구와 슬라이더에 자신감이 있습니다. 첫 경기에서 볼넷을 많이 내줬는데, 최채흥 선배처럼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며 볼넷도 줄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허윤동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동네 야구'를 하다가, 덕양구 리틀야구단에 가입하며 본격적으로 야구를 배웠습니다.
그의 부모는 "초등학교 때는
하지만 허윤동은 야구가 좋았습니다. 부모께 "야구로 꼭 성공할게요"라고 약속도 했습니다.
허윤동은 "고1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선수였는데 고2 때부터 '많이 좋아졌네'라는 말을 들었다"고 수줍게 말했습니다.
이제 허윤동은 2001년생 중 손꼽을 정도로 주목받는 선수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