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를 상징하는 타자인 김태균은 현재 2군에 내려가 있다.
잠실 구장을 찾았던 김승연 회장에게 팬들이 김태균 영입을 부탁했고 즉석에서 “김태균 잡아 줄게”라고 답했던 일화는 그가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이야기다.
그런 타자가 2군으로 내려간다는 것은 대단히 아픈 일이다.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타자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 한화 이글스를 상징하는 타자인 김태균은 현재 2군에 내려가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가장 가슴 아픈 선수는 김태균이다. 지난해 FA 재자격을 얻은 뒤 배수의 진을 친다는 생각으로 1년 계약을 제시했던 김태균이다. 그만큼 준비도 많이 했고 기대도 컸던 시즌이었다.
하지만 김태균의 뜻대로 야구는 풀리지 않았다. 김태균은 올시즌 11경기에 출장해 타율 0.103 2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성적이었다.
결국 엔트리서 제외되는 결정이 내려졌다. 한용덕 감독과 면담을 하며 좋은 방향으로 내리게 된 결정이었다.
김태균도 당연히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태균은 “너무 잘하려고 했던 것이 문제가 됐던 것 같다. 시즌 초반 잘 풀리지 않으면서 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내 스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팀에는 미안하지만 2군으로 내려가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태균의 마음은 자신이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없는 상황을 후배들이 이겨내주길 바라고 있었다.
김태균은 “내가 없는 자리를 후배들이 잘 메워주길 바라고 있다. 후배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기회를 꼭 잡는 후배가 나왔으면 좋겠다. 나도 건강하게 그들과 경쟁하다보면 팀이 강해질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후배들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진 만큼 더 악착같이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한화는 올시즌 KBO리그 평균 연령 1위(28.5세) 팀이다. 주전 선수들의 나이가 대부분 30대를 훌쩍 넘었다. 투수 타자 할 것 없이 새 얼굴들이 잘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투수쪽 보다는 타자쪽이 더 심각하다.
팀을 이끌어 갈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스카우트부터 육성 체계까지 모든 부문에서 문제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김태균의 마음도 급하다. 자신이 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 그 사이에 뒤를 이을 선수들이 올라와줘야 한다. 한화의 미래를 위해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김태균은 “내가 없을 때 맘껏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 선수들이 나와주길 바란다. 함께해 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분명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과 함께 정말 잘 하고 싶다. 2군에서 최대한 빨리 잃었던 밸런스를 되찾을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내 자리에서 성장하는 후배가 나와주길 바란다. 내 자리가 1군에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후배들도 그런 마인드로 더 독하게 야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아직 김태균 이후에 대한 비전을
김태균은 아직 2군 경기를 뛰지 않고 있다. 무너진 밸런스를 찾는데 전념하고 있다. 그 사이 김태균을 긴장시킬 수 있는 새 얼굴이 등장할 수 있을까. 한화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정철우 MK 스포츠 전문 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