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음주 운전 삼진 아웃’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33)의 KBO리그 복귀 길이 열렸다. 그렇지만 1년 후 곧바로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칼자루를 쥔 키움 히어로즈는 구단 자체 징계 여부도 고민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5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강정호에게 1년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강정호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던 2016년 12월에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후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했다.
↑ 강정호(오른쪽)와 박병호(왼쪽)는 다시 히어로즈에서 한솥밥을 먹을까. 사진=MK스포츠 DB |
재판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법원은 ‘음주운전 삼진아웃’을 적용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KBO는 “상벌위원회가 과거 미신고했던 음주운전 사실과 음주로 인한 사고의 경중 등을 살펴보고, 강정호가 프로야구 선수로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라고 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2018년 9월에 개정된 제재 규정에 따르면, 음주운전 3회 이상 발생 시 3년 이상 유기 실격처분을 내린다. 그러나 강정호 측이 주장한 불소급 원칙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번 징계로 강정호는 구단과 계약 후 1년 동안 경기 출전 및 훈련 참가를 할 수 없다. 즉, 계약을 맺은 뒤 1년 이후부터는 훈련을 참가하고 경기도 뛸 수 있다.
강정호는 2015년 1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아니어서 보류권은 히어로즈가 갖고 있다.
이제 강정호의 선택, 그리고 구단의 선택만 남았다. 먼저 강정호는 KBO리그 복귀 의사를 피력했다.
강정호는 상벌위원회 제재 발표 후 “야구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고 싶다. 야구장 밖에서도 내가 저지른 잘못을 갚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하며 살아가겠다. 내 잘못으로 인해 실망하셨을 분들께 마음에 큰 빚을 짊어지고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겠다”라고 전했다. 한국에 돌아가 ‘프로야구선수’로서 활동하겠다는 이야기다.
공은 히어로즈에 넘어갔다. 김치현 단장은 “선수 개인이 KBO에 임의 탈퇴 복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KBO 상벌위원회가 열렸다. 아직 선수 측에서 구단에 공식적으로 임의 탈퇴 해제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선수 측의 의사를 전달받은 후 내부적으로 논의를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강정호가 사과문을 통해 KBO리그 복귀를 희망한 만큼 선수 측과 구단은 조만간 대화 창구를 열 전망이다. 오승환(삼성) 사례처럼 징계 기간을 고려하면, 협상 속도는 빨라질 수도 있다. 단, 키움이 강정호 영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전제 아래다.
그렇다고 구단이 두 팔을 벌려 환영할 만한 사안도 아니다. 야구팬은 KBO가 ‘클린 베이스볼’의 본보기로 강정호에게 중징계를 내리기를 희망했다. 1년간 유기실격은 ‘솜방망이’ 처벌이다.
들끓는 여론을 의식하는 구단도 선뜻 강정호와 계약을 맺기가 쉽지 않다. 1년 징계 후 경기를 뛸 수 있는 만큼 사실상 장기 계약이다. 김 단장은 강정호의 계약 조건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보류권 포기, 징계 해제 후 트레이드 등 다른 옵션 여부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단, 입단 시 구단 자체 징계 가능성을 열어뒀다. KBO 상벌위원회의 제재와 별개로 구단 자체 징계를 내리는 추세다.
지난 1월 스프링캠프 출국 직전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최충연(삼성)은 엄벌을 받았다. KBO 상벌위원회 제재 50경기에 구단 자체 징계 100경기 등 총 150경기 출전 정지로 올해를 통째로 쉬게 됐다. KBO리그는 정규시즌 팀당 144경기를 치른다.
히어로즈도 앞서 품위손상행위 규정을 위반한 안우진 이택근에 대해 구단 자체 징계를 내린 바 있다. 특히 강정호가 음주운전을 했던 2009년과 2011년엔 히어로즈 소속이었다.
두 건의 음주운전에 대한 히어로즈의 공식 입장은 구단의 은폐가 아니라 선수의 미신고라고 주장한다. 선수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렇다면 오래 지난 일이어도 ‘잘못된 행동’에 엄중한 벌을 내려야 한다. KB
김 단장은 “(강정호가 입단한다면 KBO의 징계 외에) 추가로 구단 자체 징계 가능성이 열려있다. 과거 미신고 음주운전을 한 적이 있는 만큼 이 부분도 (계약 여부를 결정할 때) 논의해야 할 사항이다”라고 강조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